아침에 쓰는 일기

정이 오데가나

커피앤레인 2011. 1. 7. 21:18

 

여류화가/ 서 혜연作

40305

정이 오데가나

 

 

 

 

 

현자는 간밤에 눈이 많이 내린 탓에

산골에서 내려오기가  몹씨 불편했나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전화를 때렸다.

/우사장님 오뎁니까?

/여기? 상림 근처 커피숍인데

/아침은요 ?

/아침? 아침은 원래 안먹잖아.

/그럼 수영이랑 셋이서 점심이나 같이 할까요 ?

/점심? 오데서?

/수동 아시죠? 거기서 메기찜이나 메기 매운탕 먹으면 어떨까요?

/메기 매운탕? 그것 좋지,

/그럼 수동 메기매운탕 집에서 1시 10분에 만나요.

 

 

수동메기 매운탕 집은 함양에서는 꽤 알아주는 식당이었다.

때문에 함양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지리산 주변을 한번이라도 다녀간 사람은

수동 메기 매운탕 집을 모르면 간첩이라할 정도로 유명세가 대단했다.

특히 양이 많고 맛도 일품이었지만 

그보다는 정옥네의 그 넉넉한 성품과 아름다움이

외지에서온 사람들의 입맛을 더욱 자극했다.

 

 

 

해서

언제가 울 마눌을 한번 데리고 갔더니

정옥네가 이 넘이 메기찜을 너무 좋아한다며

한 양푼이 공짜로 사주었는데 

그게 또 그런건지 

요넘의 야시같은 마눌이  

심심하면 당신은 참 재미있는 사람이다며

은근히 야지 아닌 야지를 하며 사람을 놀렸다.

 

 

하지만 그 세월도 이제 거의 10년을 넘다보니

이젠 정옥이네 얼굴도 어떻게 생겼는지

진짜 가물가물했다.

 

 

그새 얼마나 또 변했을까?

여전히 그녀도 날 기억할까? 

아니면 이 넘을 이미 까맣게 잊고 사는건 아니겠지...............................?

해사면서 온갖 상념에 젖어 있는데

 

 

수영인 차를 파킹하자마자

언니..............................

우선생님 오셨어예. 하고 소개를 했지만

정옥네는

 

이 산골에 왠 예술가? ....................................하는지

아주 엉거주춤한 자세로 들어오시라며

자리를 안내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모자는 쓴데다가 선글쓰 까지 끼고 있으니

이 넘이 그 넘인지 그 넘이 이 넘인지 지도 알게 모랑.

 

 

해서

정옥씨 ,잘 있었어요 ? 하고 안경을 벗고

정식으로 인사를 했더니

그제서야 내 목소리를 알아들었는지

/어머 ........................................어떻게 오셨어요?해사면서

이리로 오라느니 , 여기에 앉으라느니.....................오늘은 내가 한 턱 낼게요

해사면서 분주히 홀과 룸을 오가며 어쩔줄을 몰라했는데

역시 정이란게 좋긴 좋은 모양이었다.

 

 

 

해서

우리 일행중 한사람이 밥값을 낼려고 하자 

오늘만큼은 자기가 한턱 낸다며

기어이 밥값을 거절하곤  

현재 이야기. 지나온 이야기등등을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놓으며 한시간 동안 울다 웃다를 계속했는데

나중엔 커피도 내어오고 과일도 내어 왔지만

오늘 하루만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집의 VIP는  

우리밖에 없는 것 같았다.

 

 

하여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인간의 정은 10년이 아니라 100년이 되어도

변하지 않으려면 얼마든지 변하지 않는가본데

 

 

밤늦게 부산에 도착하니 박사장은

당신이 없으니 어제 오늘 부산이 다 텅빈 것 같아

너무 재미가 없다며 기어이 소주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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