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를 걷는 여자 / 11
길 위를 걷는 여자 / 11
written by j.i.woo
-제가 뭐라 불러야 하죠.
-그냥 추자라고 부르세요.
-추자? 혹시 성은
-류시예요. 버들 류
-아! 이름이 예쁘네요.
-예쁘긴. 그냥 평범하죠. 전 평범한게 좋아요.
-그건 저도 동감입니다.
여잔 이혼은 더 이상 흉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당당한 자기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겨우 몇번 만나 호감이 간다고 서둘러 결혼을 한 게 더 야만적이었다.
사실 사랑은 눈먼 게임에 불과했다.
각자 나름대로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다보니 상대방의 결점은 아예 체크사항에 들지도않았다.
어른들은 조급한 마음에 짝을 맞추는데만 급급했다.
-이것아 처음부터 좋은 사람이 어디 있어? 서로 맞추며 사는거지.
-뭘 알아야 맞추죠.
-그건 걱정할 필요도 없어. 살을 섞다보면 자연히 알게돼.
하지만 그것만큼 위험한 생각도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사랑은 짧은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얼마간의 호감이 제대로 숙성과정도 생략한체 사랑이란 이름으로 둔갑했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사랑한 시간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맞추는데 더 급급했다.
여잔 오늘처럼 전혀 얼굴도 모르는 외간 남자와 같이 있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단순한 호기심도 발동했지만 굳이 살을 맞대고 살 부부가 아니라면 직업이 어떻고
성격이 어떻고 취미는 무엇인지 일부러 물을 이유도 없었다.
호감이 가면 가는대로 호감이 안가면 안가는대로 본능이 허락하는대로 따라가다
마음이 맞으면 맞는대로 마음이 안맞으면 안맞는대로 서로 각자의 길을 가면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섹스를 하고 안하고는 그 다음 문제였다.
-혹시 좋아하는 음악이라도?
남자가 물었다.
-전 늘 모짜르트 곡을 좋아했어요.
물론 드볼작 신세계도 즐겨 들었고요
-신세계는 저도 좋아하는 곡인데.............
혹시 들을 수 있을지 한 번 물어볼까요?
-............................
여잔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