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672 / 평양의 뉴욕 필 하모닉
서 혜연 作
2008/2/27
평양의 뉴욕 필 하모닉
꽃샘추위인가
날씨가 제법 매서웠다.
이제 이 추위도 며칠이 지나면 물러가리라 생각하니
겨울이 그렇게 긴것만 같지도 않았다.
낮엔 원 詩人 문학관에 가서 리모델 할 부분을 다시
점검하고 오는 길에 구서동에도 들려볼까 생각하였다.
어제저녁 동평양에서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뉴욕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아리랑을 연주하자
왠지 가슴이 뭉클했다.
역시 한민족은 어쩔수 없는가 보다.
바그너의 로엔그린이 끝나고
드볼작 신세계와 거슈인의 파리의 미국인을 연주할때
까지만 해도 잘 몰랐는데
막상 앵콜곡으로 아리랑을 연주하니
갑자기 우리민족은
어쩌다 이렇게 오래도록 갈라져 살고있는지 .......
참 슬프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로린 마젤은
나이에 상관없이 여전히 멋있고 당당했다.
카랴얀도 가고 번스타인도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만이라도 우리 곁에 있으니
한결 덜 외롭고 아름다운 밤인 것 같았다.
더구나 이 넘이 좋아하는 드볼작 신세계를
그의 지휘로 들을수 있었으니
이보다 더 기쁠 수가 없었다.
하기사 까마득한 그 옛날
클래식 다방을 전전하던 때가 언제였던가.
오아시스니/ 백조니/ 칸타비레니/ 에츄드며/ 애천.....까지
참 오래동안 클래식에 미쳐 있었던 것 같았다.
개중에 애천다방은 내가 직접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준 곳인데
주인이 50이 넘은 처녀였다.
그녀를 위해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면서
광복동 한 복판에 그 큰 유리를 스테인드 그래스로 치장한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올만에
로린 마젤 덕에 옛 추억에 잠기다 보니
오늘따라 왠지 클래식 음악이 더 정겨워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