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775 / 마 됐니더이......
오 정민 作
2008/6/12
마 됐니더이 .......
경상도 말이 좀 투박하고 거칠어서 그렇지
자세히 들어보면 참 인정스럽고 유모스러운데가 많았다.
밥 묵었나 ?
어여 들어와 밥 묵으라.....
니 배 마이 고프제 내 퍼뜩 쌀 안칠게이
문디 가스나 지랄 안하나 ....하는건 경우에 따라서는
욕이 아니라
친한 사이에서만 흔히 쓰는 그런 말이었다.
이 넘도 누군가 좀 가찮은 말을 하면
마 됐니더이..................하던가
아니면 마 됐거던요 하고 말을 잘랐는데
그래도 그 말 속엔 어떤 적의나 악의 같은 건 별로 없었다.
특히 내가 태어난 포항은
약간 모자라는 사람을 보면
절마 저거 오줄 없는 넘이네 하고 놀렸는데
난 아직도 이 오줄이 뭘 가르키는지 몰랐다.
암튼 언어란 쓰기에 따라
느끼는 뉘앙스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말이라도 표준말 보다 사투리가 훨 구수하고
정겨울 때가 많은데
대체로 내 일꾼들 중에는 전라도 출신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나도 어느새 전라도 사투리가
입에 익어
오메 찡한 것 .................
그라지라이 .......하고 말하면
저거라서 웃으운지 사장님 그 말은 오데 전라도 사투리여 하고
또 놀려대었다.
암튼 말이란건 어떻게 쓰냐에 따라
정감이 넘치기도 하고 무식해 보이기도 한데
오늘 아침에도 밥을 먹으면서 몬 말끝에
-영희야 너거 친구들 중에 좀 쓸만한게 있나하고 봤더니
아무래도 니가 젤 났더라이 .....하고 아부 아닌 아부를 쪼매 떨었더니
-마 됐시우
안그래도 밥 한 그릇 더 줄테니까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 하이소 하고 지가 더 킥킥 거렸다.
-와 울 친구중에 재묵이가 젤 났는데 재묵이는 어떻던데요
-재묵이가 누고?
아 찜질방인가 하는 그 가시나 말이가 ?
그 가시나는 내가 예수쟁이라서 싫다며?
-아이고 사장님도
가스나가 모꼬 가스나가
울 친구 나이가 몇인데
-가스나는 가스나지 그럼 머스마가
그건 그렇고 너거는 불자라면서 쪼매 웃기데
-모가
-모가 하면 말 놓는 것 아이가
재묵이나 니나 다 불자라하면서
와 스님이 왔는데도 아는척도 안하고 시주도 안하노?
-아이고 그건 스님이 아니고 땡중이라서 안하죠
-아니 땡중이면 어떻고 스님이면 어떻는데
중은 다 중이지
그리고 부자 될려면 공을 많이 쌓아야 한다 안하나
그러니 담부턴 가리지 말고 시주를 착실히 해라
-마 됐니더이
난 땡중한테는 절대 시주 안할꺼니까 ................
그런 걱정은 아예 붙들어 매슈이.....
-문디 가스나 아이가
지가 부처님인줄 아는가베
땡중이다 아니다 하고 가리게 .......
(땡중도 득도하면 다 성철 스님처럼 되는거여
이 여편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