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 몬 힘이 그리좋노
2009/4/27
몬 힘이 그리좋노
천안댁은 아직도 청춘인갑다.
나이가 50줄에 들어섰는데도 마음만은 소녀였다.
기차소리가 들리자 이 좋은 날 어디론가 훨훨 가고 싶다며 애석해했다.
-해서 문닫고 가지요 했더니
단골손님들 때문에 쉬질 못한다면서 김밥을 2줄을 싸 주면서.
그래도 이 아짐씨 꼬래 보는 눈은 있는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엄청스리 많이 받지만
아자씨들처럼 멋있는 사람들은 첨이라고 했다.
(아이고 저 아지매 보소 눈도 높제
우예 그걸 단박에 알았노 ....................ㅋㅋ.)
한데 갈길이 바쁘니
이뿌다는 요 아짐씨를 내버려두고
산에 오르니 곡우가 지나서 그런지
산벚꽃도 지고 자목련도 지고
진달래만 겨우 얼굴을 내밀었다.
예전같으면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싸분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하고
옷소매라도 붙드는 가스나도 있었건만
음주운전에 걸려 면허증이 없다했더니
난 택시타면서 까지 연애는 못한다 해사면서
담에 다시 면허증 따면 연락하이소 하고 빠이빠이 했는데
면허증 하나에도 이런데 세상인심이 어떻겠노하고
마 치아뿌라 니 아이면 요자없나하고
그 길로 산으로 산으로 돌아다녔는데
한겨울 춥기도하고 형편도 그렇고 그래서
한 5개월동안 머리 싸짊어지고 매주 삼실에만
쳐박혔다가 올만에 산에 올라서 그런지 숨이 제법 가빴다.
그래도 아직까진 연식이 있으니 쓸만한지
어느정도 속력을 함 올려봤더니 산대장이
저러다가 죽는거 아이가 하고 오버페이스 한다며
좀 천천히 가라고 했다.
해서 쪼매 속도를 조절하여 산에 기어오르는데
언 아자씨가 아이고 독하데이 해사면서
지혼자 모라모라 궁시렁 거렸다,
-아니 산에 오르는데 모가 그리 독한교 ...................하고 한마듸 거들었더니
-저 넘의 마눌이 쉬지도 않고 날 이리도 끌고 온다 아이요 했다.
해서 우스개 소리로
-그라고 보니 좀 독하게 생겼네요 했더니
-아입니더 방금 쉬었습니다
워낙 산을 안탈려고 해서 내가 겨우 델고 가는구먼 .....하고
아짐씨는 아짐씨대로 억울하다는 듯이 또 모라 항변을 했다.
한데 보아하니 그렇게 말을 하는 아자씨나 아짐씨나
눈빛은 서로 좋아하는게 역력했다.
그래 사랑을 하면 그게 몬 문제겠어요 하곤
그나저나 아지씨는 올해 연세가 우예됩니꺼 하고 물었더니
그 아자씨왈 자그만치 62세란다
아이고 요즘 62세면 청춘인데
넘 폭삭 늙었네 하려다가 차마 그렇게는 말 못하고
-아지매가 평소 몰 잘못 먹였나보다
저러니 힘이 없지 ...............................했더니
-아이고 내가 얼마나 거둬먹이는데요
좋은거라는 좋은건 다 먹였어요 하고
또 볼멘 소릴 했다.
-아 그런가요
그럼 아자씨가 문제네 .............................하다가
괜히 남의 부부 이간 시킬 일 있나하고
저만큼 앞서 나갔더니 아줌마는 여전히 왕성하게 산을 오르는데
그 아자씨는 댓발 올라오다 또 힘이 딸리는지
저만치 지혼자 쉬고 있었다.
아이고 불쌍한 영감탱이
낮엔 일한다고 골골하고
밤엔 마누라 시중든다고 또 골골 하고
그러니 저렇게 비실비실 하지
그나저나 요즘 아짐씨들은
몰 먹어서 저리도 힘이 좋노 .........................
참말로 불가사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