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 가을산이 아름답다
추 지영作
2009/11/23
가을산이 아름답다
늦가을 산속은 떨어진 낙엽으로 가득하였다.
엄광산/시약산/구덕산/승학산 정상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사릿골에서 장수천 약수터를 걷는 산책로 만큼 더 아름다운 길은 없었다.
해서 그 길로 함 접어들어봅시다하고
잠시 커피나 한잔하고 가자 하고
쉬어가는 집에 들렸더니 낯선 아짐씨들이 삼삼오오 진을 치고 있었다.
쉬어가는 집 아짐씨는 요즘따라 장사가 잘되는지
천막도 새로 세웠고 군고구마 난로도 새로 맞추었다고 은근히 자랑을 하였다.
한데 뜬금없이
/울 애인이다 잘 생겼제 해사면서
저거 친구들에게 이 넘을 소개하였는데
/애인?
애인은 애 먹이는 인간을 애인이라던데 ......................
내가 모 애 먹였는데 .........하고 한바탕 웃었다.
/한데 애인이 니보다 더 젊어보이네
/그래서 내가 신경이 쪼매 쓰인다 아이가
해사면서 저거끼리 한참 씨부렁거리더니
/ 애인하고 본마누라하고 싸우면 누구 편을 들건데여 하고
언 뇨자가 이넘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애인은 누가 애인인데여 ?
/자가 방금 저거 애인이라 줄끄어놓았다 하던데예
/ㅎㅎㅎㅎ그건 고구마 줄때만 애인입니다
그러니 그런건 신경안써도 됩니더
/그래도 ......................누구 편을 들건데여
/누구 편을 들어?
/가스나야
누구 편을 들긴 마누라 편을 들어야지 하고
딴뇨자가 갑자기 끼어들더니 여간 쌍심지를 켜지 않았다.
(아이고 이 뇨자 몬 사연이 있는가베)하고 또 길을 나서려는데
/문디 가스나들 아이가
내 애인을 두고 너거가 와 싸우노
내사마 내편을 들던지 마누라 편을 들던지 아무런 상관도 없다.
우리집에 자주만 오면 좋겠다하더니
방금 구운 고구마라며 두개를 덥썩 손에 쥐어주었다.
해인은 평소 등산을 잘 안하는지 간간이 다리가 아프다고 엄살을 부렸다.
해서 꽃마을에서 시약산으로 올랐다가 승학산 억새밭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가
구덕산 정상에서 자갈마당을 거쳐 장수천약수터를 내려왔는데
늦가을 단풍이 그리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해서 온 김에 작품사진도 한 두점 카메라에 담고
기념삼아
-거기 앉아보소 내 사진 한장 찍어줄게 했더니
-사진 ?
이왕이면 멋있게 찍어주소 하더니
단풍나무아래 덥썩 앉았다.
한데 사람과 자연이 어우려지니 따로 예술이 없었다.
그게 바로 예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