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왜 이렇게 바쁜거야

커피앤레인 2011. 6. 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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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바쁜거야

 

 

 

노래를 잘 부르면 여러가지로 이로운 점이 많았다.

예쁜 여자가 등장하는 날은 나는 특유의 18번을 불렀는데

나이가 50대에 이르면 이미자의 울어라 열풍아나 홍도야 울지마라 를

열창했다.

만에 하나 40대 초반이라면

이 정옥의 숨어우는 바람소리를 불렀고

30대라면 이 수인 선생의 고향의 노래를 불렀다.

 

 

대개의 경우 나의 목소리는 청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할 만큼 성량이 풍부하고 목소리가 맑았다.

해서 왠만한 사람들은 내 목소리를 따라오질 못했다.

간밤엔 일군의 시인의 무리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합창단원들과

동대교수들까지 합세하여 강나루는 모처럼

그야말로 초만원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몸이 불편한 목여사는

갑자기 손님이 들어닥치니 손님 받으랴 음식 만들어내랴 주문받으랴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개수대엔 이미 먹은 그릇들로 가득했고

주문을 받은 음식은 커녕 테이블마다 맥주달라 소주달라

그야말로 야단법석이었다.

이럴 때 이넘의 오지랍은 그냥 가만 앉아 있질 못했다.

/아저씨 여기 술 더 주세요

/네네 곧 내어드리겠습니다

/사장님 여기 수저가 없어요

/아 네...................

/저기요 막거리 잔 하나 더 주세요

/네네 ........................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 팔을 걷어붙이고

개수대에 가득한 빈그릇들을 눈깜작 할 사이에

설거지를 막 끝내고 돌아서려는데

또 언 넘이

/아저씨.......................하고 불렀다.

이 친구는 내가 여기 사장이거나 지배인 쯤 알았나보다.

말이 영 공손치 못했다.

해서 이 넘 왈

/나도 이 집에 온 손님이거든요.............하고

한마듸 내 뱉었더니

/아이고 미안합니다. 나는 심부름을 워낙 잘하셔서 이 집 사장님 인줄 알았습니다

순간 좌중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누군가 부라보 하더니 사장님, 멋쟁이 ...............하더니

여기저기서 내 술 한잔 받으이소 해사면서 박수세례를 퍼부었다.

박수가 끝나자 누군가 노래를 시작했고 노랜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합창으로 변했다.

언제나 클라이막스는

돌아보지 마라 후회하지마라 아 ..............바보같은 눈물

보이지 마라

사랑해 사아랑해 너를 너를 사랑해 해사면서

노사연의 만남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데 이 날의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이름모르는  여인과 손을 마주잡고

둘이서 걷던 갈대 밭길엔

달은 지고 있는데

잊는다하고 무슨 이유로 눈물이 날까요

아아........................길 잃은 사슴처럼 그리움이 돌아오면

쓸쓸한 갈대 숲에 숨어우는 바람소리였다.

(한데 그 묘령의 여인의 손을 누가 잡았을게여?

고게 노래 잘하는 자만의 특권이라우 .아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