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나를 훔쳐가지
그림/ 추 지영作
차라리 나를 훔쳐가지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꽃밭에 물을 주는 일이었다.
그런 다음 금붕어 밥을 주고
그리고 동네 청소를 하였는데
고양이는 대체로 조금 늦게 일어나기 때문에
세식구가 다 모일 때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있었다.
해서,
그 틈을 이용하여 동네 구석구석을 쓸고 물을 뿌렸는데
동네 청소는 이 넘이 굳이 할 필요가 없는데도
그렇게 하는 것은
구청에서 나온 청소부가 하도 청소를 열심히(?) 해서
여기저기 담배 꽁초가 그대로 나자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여,
구청 청소과에다 전화를 걸어
언 넘이 청소하는지 지발 청소 좀 쪽바로 하라하고
뭐라 하고 싶었지만
그라믄 불쌍한(?) 저 아저씨 또 마음 상할까봐
옛말에 목마른 넘이 먼저 샘 판다고
언제부터인가 이 넘이 빗자루를 들고 솔선수범하여 청소도 하고
꽃밭에도 물을 주었는데
꽃 기르는데는 워낙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지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꽃나무를 너무 잘 길렀다며
사진도 찍고 칭찬도 하였는데
간밤엔 언 넘이 그랬는지
언 뇬이 그랬는지 어린 장미 한그루를 달라당 훔쳐가버렸다.
해서,
욕은 못하고 에잇! 신발끈!
길가에 있는건데 다 같이 구경하면 안좋나?
꼭 그렇게 훔쳐가야 직성이 풀리나 해사면서 혼자 씨부렁 씨부렁 했더니
통장이 와? 몬 일이 있습니까? 하고
고개를 삐죽이 내밀었다.
원래
공유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인간들은
뭐든지 제 호주머니에 들어 있어야
비로소 제 것인줄 알고 만족하겠지만
길가에 심어놓은 장미 한그루가 없어지니
그것도 정이 들었다고 마음이 영 그랬다.
하기사
언젠가 열쇠장수 왈
/사장님, 이왕 하는건데 좀 좋은걸로 하죠 해서
/좋은 것 ? 좋은 것 하면 뭐 합니까? 그냥 특수 열쇠면 되지 했더니
/그래도 그렇지. 도둑이 들어와 뭐라도 하나 가져가면 사장님만 손해 잖아요.하고
정색을 하고 말해서
/손해? 글세? 울 집엔 도둑넘이 가져갈게 아무 것도 없는데.
있다면 나나 훔쳐가면 모를까?
설마 도둑넘이 날 훔쳐야 가겠수?하고 우스개 소리를 했더니 ............................
지라서도 우스운지.
/그것도 말되네요...........................하면서 지혼자 킥킥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