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을 만들었더니
그림/오 세효作
꽃길을 만들었더니
할 일이 없으면 염불이라도 해라했던가?
해서 심심삼아 삼실 앞을 꽃길로 만들었더니
오가는 사람들마다 한마듸씩 했다.
옛 생각이 난다느니......................
고향길 같다느니....................
잃어버린 정서를 되찾았다느니 해사면서
누군 캔 커피를 주었고
누군 솔의 눈이라도 한잔 하시라며 건네주었고
누군 자기 집에도 장독이 있는데
필요하시면 몇개 갖다 줄게요 하고 선심을 썼다.
꽃은 삼실 바깥에만 있는게 아니었다.
내 삼실에도 국화꽃이 가득했는데
그 대부분은 개업집 화환에서 뽑은 것들이었다.
예전에는 개업집 화환에 손을 대면
주인들이 재수없다며 지랄지랄 했지만
요즘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는지 얼른 꽃을 뽑아가라며
오히려 오가는 길손더러 꽃을 뽑아가지 않는다고 성화(?)를 부렸다.
(꽃을 빨리 뽑아 갈수록 대박이 난다나 우짠다나..........)
물론 내 삼실엔 꽃만 있는게 아니었다.
먹다 남은 양주도 있었고 포도주도 있었고
시원한 맥주와 소주도 있었다.
손님의 취향에 따라
때론 양주를 마시기도 하고 때론 소주를 마시기도 하였지만
이 넘의 입에는 국산 양주 중에는 윈즈가 제일 입에 맞았다.
해서 즐겨 마셨는데
간혹 일본산 히비끼가 들어오면
가급적 히비끼를 아끼려고 애를 썼다.
한데 넘들은 이 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거 왠 히비끼고 ......................하곤
그 넘부터 먼저 먹어 치우자고 성화를 부렸다.
해서, 치사스럽게 먹는 음식 가지고 쪼잔스럽게 굴면
절마 언제부터 저렇게 치사빵이고 하며 욕 할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서라도 아낌없이 선뜻 내어 놓았는데
계절이 계절인지라
이 가을에 국화 꽃 한송이 없으면 몬 즐거움으로 산데? 하곤
거금 12,000원을 주고 소국 3개를 사 길가에
조르르 심었더니 꼬래 눈은 있어가지고
옆집 아짐씨들이
와 저거 집 앞엔 국화 꽃 한 송이도 안 심어주느냐며
항의 아닌 항의를 했다.
해서, 이 넘왈
거금 12,000원을 들였는데여 ..................하고
고해성사를 했더니
다들 제 돈은 아까운지
그럼 ,할 수 없네 ......................하더니
뭐라 뭐라 쫑알 쫑알 대며 제 집으로 다 들어가버렸다.
(에잇! 신발끈. 좋은 일도 함부로 하는게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