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문신미술관을 가다

커피앤레인 2011. 10. 19. 11:23

 

그림/유 선경作

 

40457

문신 미술관을 가다

 

 

 

 

 

여행은 언제나 사람을 기쁘게 했다.

이미 가을색이 완연한 넓은 들판을 본다는 것도 즐겁지만 마른 풀냄새를 맡는 것도 그리 행복할 수가 없었다.

일차 설계도면이 끝났기 때문에 공사를 맡은 분과 상견레도 할겸

다시 마산을 찾았는데 프리젠테이션은 의외로 간단했다.

하지만 공사 책임을 지고 있는 분은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지

도면을 보다 겁부터 먼저 내었다.

해서, 그가 할 수있는 그가 맡기로 하고 그 외의 대부분의 일꾼들은 내가

직접 부르기로 했다.

 

 

생각보다 너무 일찍 일이 끝나는 바람에

그냥 왔던 길을 이내 되돌아가기엔 너무 아쉬워

시내를 한번 휘둘러보고 싶었다.

시내를 한번 휘둘러보는 이유는 어디에 자재상이 있고 어디에

철공소 같은 것이 있는지 미리 숙지하는 것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산은 엎어지면 코 댈데인데도 마산 역과 시외버스 터미날 외에는

별로 익숙한 곳이 없었다.

해서 어시장을 중심으로 오동동 /창동을 한바퀴 휘 돌아보다

마침 추산동 언덕에 위치한 특이한 건물이 눈에 띄어 

저게 모야? 하고  어슬렁 어슬렁 올라갔더니 그게 말로만 듣던

문신 미술관이었다.

 

 

때마침, 문신미술관에선 문신/이응노 화백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2인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불란서 파리시내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했다고 하였다.

그 후 두사람은 일생을 통해 그렇게 우의를 다지며 살았다고 하였는데

두 사람의 첫만남은 어떤 소설보다 더 극적이었다. 

1961년 2월이라 했으니까 불란서도 꽤 추운 겨울이었다.

문신은 일주일째 밥을 굶은 채 파리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때  처음으로 동양인을 만난 사람이 이응노 부부였다.

 

 

이응노 부부는 일주일 째 굶은 문신을 자기 집으로 기꺼이 초대하여

흰쌀밥과 깍두기를 대접하였다고 하였는데

물론 김흥수 화백을 만난 것도 이 응노 화백의 소개였다.

문신이 회화에서 조각으로 변신한 것은 김흥수 화백의 역활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 문신은 입에 풀칠이라도 해야했기 때문에 김흥수 화백의 소개로 낡은 라브넬성  수리공으로 일하다 차츰 그림보다는 조각에 더 뛰어난 재능이 가진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걸 운명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암튼 두 사람은 그 이후에도 여전히 끈끈한 우의를 다졌는데

이응노/문신 두 거장의 대표적인 공동작업은

1970년 프랑스 남부 뽀르-바카레스 국제현대 조각 심포지엄에 참여하면서였다고 하였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2달여 동안 두 사람은 직접 망치와 끌을 들고

아프리카 산 아비농 목재를 다듬어

10m가 훨 넘는 거대한 토템조각을 만들었다. 

무려 40년이 지난 지금도 남부 프랑스 

지중해 해변에 그대로 버티고 서있다하니

언제가 불란서에 갈 일이 있으면 필히 함 보리라,,,,,,,,,,,,,다짐했다.

 

 

문신은 석고로 그가 원하는 작품을 만든 다음  스텐레스나 청동 또는 흑단으로 작품을 완성했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은 콩코드라는

거대한 스텐레스 작품이었다.

둥근 원형과 반원의 날개가 막 하늘을 비상하려는 한마리 또는 두마리 새와 같다고 할까.

암튼 난 그 작품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았다.

물론 이응노 작품은 여전히 한지에 수묵화로 공간을 빼곡이 매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 뭉클한 작품은 아무래도 대나무숲이 제일 좋았다.

두사람은 때때로 아침 5시 부터 밤 8시 까지 죙일 무거운 쇠망치질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게 무려 240일이었다나.............................

 

 

역시 예술이란게, 조디로만 되는건 아닌가보다.

열정과 땀과 혼과 고통을 동반해야 비로소 작품다운 작품도 되고

감동도 밀려오나 본데

이미 주인공들은 다 타계하였지만 부인들은 여전히 살아계시는가보다.

해서, 남편들이 남긴 작품들을 잘 돌보며 여전히 아름다운 동행을 하며

마산 문신미술관에서 한번 대전 이응노미술관에서 한번 전시회를 하는걸까.

손에 쥐어진 작은 팜프렛 하나가 여전히 긴 여운을 남겼다.

 

아직 해가 떨어질려면 한참은 더 있어야하나보다.

저쯤에 풀밭을 두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을햇살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어쩌면 오늘따라 가을 햇살이 더 아름다운건 예술과 자연과 건축이 한데 어울려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일게다. 그런 점에서 마산은 축복받은 도시였다. 적어도 조각계 거장 한명은 길러냈으니까......................

 

 

문득, 이미 발갛게 익어 떨어진 가을 잎 사이로 걸어 내려오며

난 또 엉뚱한 생각을 했다.

추산동 언덕을 내려오다 미모의 여인을 만나

한동안 죽네 사네 하며 사랑에 빠지다 결국은 슬픈 종말로 종치는

뭐 그렇고 그런 소설을 함 써볼까 하는 유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