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 따로없네
서 혜연作
명품이 따로 없네
천년 명품/천년 한지라는 자부심 때문일까.
벽지(壁紙) 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불과 50여평 바르는데 벽지 값만 200만원이 훨 넘었다.
마지막을 향한 집념 때문인지 도목수가 다리를 절더니
어젠 문목수마저 허리가 아프다며 하루쯤 쉬어야겠다며
집으로 돌아갔다.
김목수는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는지 자주 불만을 터뜨렸다.
난 그를 달랬고 그는 또 어느새 어린애처럼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사방이 온통 적이더니
이젠 태클을 거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었다.
그만큼 열심히 한걸까? 아니면
아름다운 것은 역시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는걸까?
아무튼 현장 주변이 꽤나 유쾌했다.
늘 느낀 것이지만
하늘정원에서 내려다보는 마산시내 야경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멀리 마산 앞바다가 보였고
깜박이는 불빛은 마치 하얗게 눈이 쌓인 크리스마스 이브 같았다.
함박스테이크와 함께 달콤한 포도주 한병을 다 비운 뒤에야 우린
비로소 Coffee Baen으로 갔다.
Coffee Bean은 갓뽁은 커피 냄새로 가득했다.
이제 모든 주문이 거의 다 끝이 난 것 같았다.
오래동안 머리 속을 복잡하게 하던 타일을 끝으로
선택해야할 것들이 제다 뇌리에서 사라지자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짓누르던 압박감이 모두 달아나 버렸나보다.
모처럼 홀가분 했다.하지만 조금은 서운도 했다.
다다음주 쯤이면 또다시 옷 가방을 챙겨야할게 분명했다.
때문에 일부는 택배로 부치고 나머지는 나와 함께 또다시 전주행 시외버스를 타야할 것 같았다.
누군가 옷이 날개라 했듯이
난 매일 같이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기분이 꿀꿀했다.
물론 속옷을 말하는건 아니었다.
어젠 올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카드를 샀다.
히로시마에 사는 미찌고에게도 보내고 어린 꼬마친구에게도 보내고 싶었다.
꼬마친구는 내가 한동안 보이지 않자 영 서운한가 보다.
선생님 언제 오느냐고 자꾸만 보챈다고 정교수가 전해주었다.
난 그런 꼬마 친구를 위해 코아 양과점에서 예쁜 빵을 사서 보내기로 했다.
짐짓, 집을 짓기로 마음을 정한 탓일까?
교동아짐씨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사장님 언제 오세요? 하고 물었다.
일정만 괜찮다면 적어도 다음 주 중엔 기초 콘크리트 작업만이라도 끝내고 싶은데 오사마리가 걸려있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난 또 디자이너의 변/辯을 써야했다.
동판에 새길 글귀를 고른 후 맨 마지막에
Designed by J.I.Woo...........................하고 싸인을 남겨야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나의 삶은 방방곡곡에 흔적을 남기는 그런 직업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