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안토니오
비는 토요일 저녁부터 미친듯이 내리더니
일요일에도 전혀 거리낌없이 퍼부었다.
마침 일요일이라 가게들이 문을 닫아서 그렇지
만약에 사람들마저 북적거렸다면
가게주인들은 아마도 한번쯤 하늘을 원망했을게 분명했다.
늙은 고양이는 일찌감치 잠을 자나보다.
오늘은 하루종일 꼴도 보이지 않았다.
엊그제부터 읽기 시작한 흙부대집을 옆으로 제쳐두고
수묵화를 몇장 그리려다 비 오는 날 노인네도 아니고
왠 청승(?) ......................
해서 다시 커피 잔에 물을 붓고
오늘은 모하지 ...........................? 하다
끝내 반바지만 입고 물구경만 실컷했다.
원래 물은 막는게 능사가 아니라 잘 빠져나가도록
길을 터주는게 순리인데
측구공사한 넘들이 설계도면대로 했다며
물줄기를 이리저리 막아버렸나보다.
고려당 표구사 앞엔 이미 토사를 만난 사람처럼
측구를 통해 미쳐 못빠져 나간 놈들이
거기 아니면 우리가 오데 갈데가 없나(?)하듯이
주차장 쪽으로 마구 쏱아졌다.
공사하는 넘이나 도면을 그리는 넘이나
공사 감독을 한다는 구청넘들이나
다 똑같은 씨발넘들이여 하고 전라도 아짐매가
또 한소리를 해댔다.
(하긴 욕을 얻어먹어도 싸지.................
그토록 물을 분산시켜줘라고 해도
니는 씨부리라 나는 나대로 한다는 넘들이니
누굴 탓해)
한데 며칠전부터 페루인 한사람이 잡부로 들어왔는데
안토니오 모라고 했다.
해서 그냥 안토니오라고 부르자 하고
짧은 영어로 가족은 몇이냐
너 페루서 뭐했느냐
지금은 어디 사느냐 했더니
나이는 47세고 아내와 두 아이의 아빠고
컴퓨터 중고품을 사서 페루로 보내면 돈이 된다나 우짠다나.
해서 3개월은 일본에서 살고 3개월은 한국에서
살면서 노동도 하고 비즈니스도 하나본데
요 녀석 하는 말이 걸작이었다.
일본여자 한국여자가 페루여자보다 이쁘단다.
보아하니 한국에도 일본에도 꼬불쳐 놓은 여자가 있나본데
얼굴을 보니 꽤 잘생겼다마는
그래도 너 그러면 베드(bad)다 했더니 지도 조금은 말귀를 알았들었는지
게면쩍게 씨익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