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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엄마는 무슨 재미로 살까

커피앤레인 2016. 4. 22. 18:05

 

노인네의 성문제가 제법 고민거리로 등장했나보다.

하긴 백세인생이 눈앞에 있는 현실이다보니 나이든 사람이나 나이든 부모를 모셔야하는 딸이나 며느리나 아들의 입장에선 상당히 조심스러운 화두가 아닐수 없을게다.

그렇다고 대놓고 말하기에는 우리네 정서가 녹록치 않으니 어느 여인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울엄마는 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지?하고.

 

한데,

이놈은 늘 인생의 낙중의 낙은 4가지라고 생각했다.

첫째가 무슨 일을 하든지 생산적인 일을 해야한다고 믿었다.

생산은 즐거움과 자족감을 주었고 돈도 벌게했다.

돈이란 10원을 벌든지 100원을 벌든지 수입이 들어온다는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했다.

 

둘째가 사랑이었다.

사랑은 결코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젊은이 못지않게 나이든 사람에게도 감정의 교류가 필요했다.

사랑하는 마음은 정신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육체적인 접촉도 필요했다.

잘은 모르지만 육체적인 관계가 별로없는 사람은 주기적으로 육체적인 관계를 갖는 사람보다 더 정신적으로 날카롭거나 신경질적인 경향이 많았다.

때문에 하나님도 네 아내를 외롭게하지 말라고 했는지 모른다.

 

세번째 즐거움은 여행이었다.

살다보면 누구의 간섭도 받지않고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는 것 만큼 신나는 일도 별로 없었다.

한데 국내여행은 잘모르겠지만 해외여행은 가면 갈수록 또 나가고 싶은게 쪼매 그랬다.

해서,올해도 큰 맘 먹고 일본을 한 번 다녀올까했는데 히로시마에 사는 미지꼬가 5월초에 조선통신사 축제에 초대되었는지 그게 알송달송했다.

 

인생의 마지막 즐거움은 뭐니뭐니 남에게 배푸는 것이었다.

해서, 이놈도 부지런히 뭔가를 나누어주었는데 그중에도 골목길을 이쁘게 가꾸는게 제일 보람있는 일이었다.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골목길 이곳저곳을 누비며 꽃을 가꾸고 씨앗을 뿌리고 꺽꽂이를 한 뒤 열심히 물을 주었다.

때문에 내사무실 근처 골목길엔 언제나 꽃이나 작은 나무들로 가득했다.

하여.오가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했고 마음을 편안하게했는데 며칠 전에도 누군가 지나가면서 저절로 힐링이 된다며 고마워했다.

예전에는 간혹 화분이나 꽃을 통째로 훔쳐갔는데 이놈이 워낙 지극정성으로 가꾸다보니 도독놈도 양심이 있는지 요새는 그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또하나 이놈이 봉사하는 일은 길안내였다.

때때로 May I help you?하고 묻거나 스미마셍가 도꼬니 이끼마스까?하든가 니하오?하고 외국인들을 안내했다.

며칠전에도 대만에서 온 노부부가 호텔을 못찾아 이리저리 헤메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호텔이야 누구나 가르쳐줄 수 있지만 요근래 새로 생긴 호텔들은 이름도 생소할 뿐만아니라 위치도 상당히 애매했다.

그럴땐 어김없이 Please, follow me.하고 가던 길을 멈추고 호텔입구까지 그들을 안내했다.

물론 타지방 사람들도 길을 잘 가르쳐 주었다.

국제시장이란 영화 뜨고난 뒤 꽃분이가게를 묻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요즘은 자갈치시장이 어디냐고 자주 물었다.

 

산다는건 사실 신의 축복일 뿐만아니라 즐거운 일이었다.

해서,오만하지 않고 지나치게 욕심 부리지않고 인생을 즐길줄만 안다면 이 세상은 참 좋은 곳이었다.

 

하여,백세시대 노인네의 성도 백안시할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면 어느 여인처럼 울엄마는 무슨 재미로 살까?하고 멍청한 질문은 하지않을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