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게 이기는건데 우야믄 좋노
박근혜대통령은 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나보다.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그는 또박또박 그의 소신을 밝혔다는데 대다수 국민들은 그의 생각에 별로 동의하지 않았다.
한데 현기환 정무수석의 말이 더 웃겼다.
박대통령은 국민들에게는 지겠지만 정치인들에게는 질 생각이 없다고했다.
이 정도면 괘변도 수준급이었다.
민주주의는 대의정치였다.
때문에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의 잘.잘못은 국민이 주인으로서 표로 심판하는 정치였다.
해서, 싸가지가 없거나 막말을 자랑삼아 씨부리는 인간들이나 염치도 도덕도 없는 인간들을 대다수 국민들은 혐오하거나 좋아하지않았다.
그런 사람들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역주의에 갇힌
전문적인 싸움꾼들이거나 양아치 수준의 사람들이었다.
불행하게도
박대통령은 정치를 배운게 아니라 통치만 배웠는지 국민들이 대통령을 걱정해야하는 지경에 왔는데도 전혀 눈치를 채지못했다.
비가 오는 날
나이가 꽤 든 노인네 두 분이 전철 안에서 누군 또라이고 누군 망나니 같은 놈이라고 욕을했다.
보아하니 그 분들도 박대통령을 찍어준 모양인데 작금의 돌아가는 꼬라지가 영 눈에 거슬렸나보다.
최 누구가 어떻고 이 누구가 어떻고 윤 누구가 어떻고 해사면서 계속해서 욕을 해댔다.
그러면서 이따금 이 쪽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난 능청스럽게 건너편 광고판을 쳐다봤다.
그들은 박대통령 퇴임후가 더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비는 밤새 주룩주룩 내렸다.
한데,국민의당 원내대표로 추대된 박지원씨의 인물평이 꽤 흥미를 유발했다.
그는 세번째 원내대표가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와 머리를 맞대고 싸운 첫번째 상대당 원내대표는 김무성이었고 두번째가 이한구였다고 말했다.
동아TV 정치프로 담당인 여자 앵커가 두 사람의 인물평을 부탁하자 김무성은 정치를 아는 탁월한 정치인이라고 평하며 지면서도 이기는 사람이라고 했다.
한데 이한구에 대하여는 인물평조차 하기 싫어했다.
무엇이 사람을 이렇게 극명하게 다르게 봤을까?평소 느꼈던 성격과 식견과 사람 됨됨이 차이이겠지만 아무튼 박지원의 말은 그랬다.
내 집에서
일하는 일꾼들은 보통 20년은 가까이 된 사람이었다.
다들 한 몫을 하는 사람들인데
노가다란 직업은 원래 의리와 책임감이 중요했지만
실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십원짜리 하나라도 다투는 곳이다보니 보이지않는 신경전도 대단했다.
해서,다들 공기, 공기하고 눈에 불을 켰다.
공기가 늘어나면 거기에 따른 인건비가 상승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도 정이 있었고 지켜야하는 도리와 예의도 있었고 의리와 함께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나이들만이 아는 남모르는 우정도 있었다.
하여 그런지 내 집엔 좀처럼 뜨내기들이 없었다.
설혹 있다하더라도 빠른 시간 안에 한가족이 되도록 최대한 배려와 친절을 베풀었다.
해서 그랬을까?
어느날 잡부 한 명이 새로왔는데 이 친구는 꼭 8시30분 쯤에 현장에 나왔다.
말씨를 보니 전라도 출신이었다.
밤에는 인근공장에서 경비를 했는데 딸이 곧 대학에 들어가야하는 탓에 조금이나마 등록금이라도 더 보태고자 밤엔 경비를 서고 낮엔 또 일용잡부라도 할려고 인력시장에 나왔나보다.
한데 건축현장은 대부분 6시30분 전 후에 나와 아침 7시면 벌써 망치소리가 요란했다.
그러니 그를 써 줄만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마침 인력회사 소장과 대화하는 중에 갑자기 잡부가 한 명 필요하다 했더니 이 시간엔 없는데요.하더니 때마침 오늘 팔려나가지 않은 친구가 있는데
왠만하면 한번 써 보시지요.했다.
해서,급한김에 하루라도 써보자하고 불렀더니 사람이 때가 묻지않아서 그런지 성격도 좋고 매사에 꽤 성실했다.
요즘은 일용잡부 하루 인건비가 최하 십만원이었다.그것도 기술이라고 이 바닥에서 땀을 쪼매 흘린 사람은 십일만원.십이만원으로 호가했다.
하지만 남들보다 2시간이나 더 늦게 현장에 나오기 때문에 그만큼 인건비를 줄 수가 없었다.
해서..김군아 니는 인건비를 7만원 정도 밖에 못주겠는데 우야믄 좋노?했더니 그것도 감지덕지한지 이 친구는 오래만 써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도 한 가정의 가장인데 내가 우째 니한테 7만원을 주겠노.
매일 십만원씩 쳐줄테니 열심히 하라.했더니 그 다음날 부터
아침밥 대신 초코우유와 빵으로 식사를 떼우면서 매일같이
사장님 하나 드셔보세요.하고 내 것은 물론이고 다른 일꾼 우유도 사들고왔다.
그렇게 하지말라고 단단히 말렸지만 자기를 받아준 곳이 이 곳 밖에 없었다며 그 고마움을 이렇게라도 표현하고 싶다고해서 우리 도목수도 그렇고 다른 일꾼들도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정치나 사업이나 모두 다 사람을 다루는 직업이었다.
어느 곳이나 마잔가지이지만 살다보면 착한 사람 잘 난 사람만 있는게 아니었다.
내게 손해를 끼치고 상처를 주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언젠가는 그도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게 인지상정이었다.
하지만 오늘따라
전철 안에서 떠들던 그 두 노인네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했다.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하는 사람인데 어찌 한 사람을 갖고 저렇게 정치를 하는지....
여기서 한 사람은 보나마나 유승민을 가리켰다.
이번 총선을 보니 이제 대한민국도 많이 변했나보다.
진박.친박하며 천하게 떠드는 사이에
국민들은 정운찬.김부겸.이정현.김영춘을 보란듯이 키워냈으니
지금부터는 국민들도 영호남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의 세치 혀에 더이상 놀아나고 싶지않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영춘이 한테 늦었지만 난이라도 하나 보내야겠다.
만나자마자 형님.형님하고 술잔을 권하며 앞으로 형님으로 깍듯이 모시겠다고 했는데 아우가 그 어려운 관문을 뚫었으니 어찌 축하를 안하랴.
김영춘 화이팅.아우님 홧팅.대한민국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