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백 콘서트
망백이란 말을 생전에 처음 들어본 탓인지 꽤나 생소했다.
백세를 바라본다는 뜻으로 옛사람들이 환갑.진갑하듯이 그렇게 축하의 의미로 사용했나보다.
영화감독겸 시나리오 평론가인 김사겸감독님이 전화를 했다.
얼마전 사모님이 돌아가신 탓인지 요즘은 말소리가 예전처럼 그렇게 활기차지도 않았고 기분도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다.
ㅡ감독님.왠일입니까?
ㅡ이번 목요일 바쁘나?
ㅡ현재로서는 그런데요.
ㅡ그럼 목요일 오후에 사무실에 갈테니 시간 좀 빼놓아라
ㅡ뭐?특별한 일이라도 있습니까?
ㅡ아니고 제갈 삼 선생이 망백기념음악회를 문화회관에서 갖는다고 초대장이 왔네.
같이 가자.
ㅡ알았습니다.
제갈 삼 선생은 우리나이로 92세였다.
조금이나마 선생을 아시는 분들은 그 분도 아직 살아계시나?하고 무척 궁금해했다.
이놈하고는 별인연이 없어 얼굴도 모르는 사이이지만 김감독님하고는 사제지간이다보니 애정이 각별한 것 같았다.
선생은 마산중학교.부산여중.경남여고.경남상고 교사로 재직하시다 나중에는 부산교육대학.부산사범대학 음악교육과.부산대학교 예술대학 음악학과 교수로 재직한 탓인지 따르는 제자들이 상당했다.
선생은 평소 피아노를 즐겨 치셨지만 작곡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새삼 놀란 것은 92세임에도 당신이 1946년도에 작곡한 감상적인 환상곡이란 곡을 적접 피아노 독주를 했는데 그외에도 Liszt의 Consolation No.3와 Schubert의 Impromptu No 4.와 Rachmaninoff 작곡 Prelude C#단조 Open.3 No 2를 젊은 피아니스트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소화하여 듣는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했다.
뿐만아니라 2부에서는 Chopin의 왈츠와 Beethoven의 월광소나타 1.2.3 전악장을 모두 연주하셨는데
이미 반백이 훨씬 넘은 여제자들은 늙은 스승이 안스러웠는지 연방 깊은 탄식을 쏱아나며 기립박수도 아끼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들 가슴엔 꿈많았던 그 시절이 불현듯 다시 떠올랐나보다.
어차피 인생이란게 아름다운 꽃과 같이 언젠가는 다 시들고 말것인데도 그래도 가는 세월이 야속한건 왜일까?
한데 음악회를 마치고 나오니 젊은 날에 한때나마 좋아했던 여인이 로비에 혼자 서있었다.
그녀도 대단한 피아니스트였는데
반가움에 손을 내밀려는데 아차ㅡ왠 남자?가 어른거렸다.
아마도 그녀의 남편이었나보다.
해서,우린 아무 말도 못하고 서로 눈만 껌벅껌벅하다 헤어졌는데 그녀도 이젠 제법 나잇살이 붙어있었다.
얼굴은 별반 다르지않았지만 몸매는 불행히도
예전에 좋아했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쩌랴.가는 세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