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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한 박자 늦었지만

커피앤레인 2018. 11. 28. 17:28

 

단풍이 너무 아름답다.

게중에도 은행나무와 벚나무 그리고 오리나무 단풍이 제일 이뻤다.

그렇지만 변덕이 심한 인간들은 유독 은행나무를 구박했다.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은행나무가 고약한 냄새를 피우는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씨앗을 보호하려는 본능이었다.

그건 히노끼도 마찬가지였다.

히노끼는 물이 닿으면 본능적으로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냄새를 피웠다.

인간은 자기 새끼 똥은 그리 더러워하지 않았다.

한데도 은행열매에서 나는 똥냄새는 외면했다.

따지고 보면 애기 똥은 배설물이었지만 은행나무 열매에서 나는 꾸리한 냄새는 배설물 냄새도 아니고 쓰레기 통이나 시체가 썩어서 내는 그런 고약한 냄새도 아니었다.

한 여름 시원한 그늘일땐 늘어지게 낮잠도 자고 늦가을 바바리 깃을 올리며 노란 은행 잎을 미치도록 좋아하면서도 유독 은행나무 열매에서 나는 냄새를 어떤 인간들은 싫어했다.

그러고도 그들이 지성이고 이성이고 낭만이라며 떠들어댄다면 나는 그 입에 똥을 한바가지씩 퍼넣어주고 싶다.

 

몇해전 이었을거다.

부산 동래에 있는 요산 김정한선생 문학관 옆에 서 있던 은행나무 두 그루를 자른다고 했다.

이웃집 사람이 냄새가 역겹다고 민원을 넣었다고 했다.

그 뒤 확인은 못해봤지만 민원을 넣은 그 인간이나 그걸 또 민원이랍시고 받아준 공무원이나 문학관을 관리하는 인간이나 영혼없는 인간임에는 틀림없었다.

그 은행나무는 요산 김정한 선생이 어렸을 적에 심은 나무라는데 수령이 줄잡아 7ㅡ80년은 되었을 것이다. 인간이나 나무나 그 정도 세월을 버티었으면 존경은 못할지언정 보호라도 해야옳을 터인데.에잇, 고약한 것들.

 

어느 날 퇴임을 앞둔 아우가 노래나 한 곡 합시다.하고 단란주점으로 끌고 갔다.

솔직히 말해 가수라는 직업이 싫어서 그렇지 이 몸도 한 노래는 했다.

어딜가도 절마 저거 분위기 버리게 누가 데리고 왔노?하고 욕을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한데 오늘따라 이 아우의 노래가 영 가슴을 아프게했다.

총각때 사귀던 여자를 아직도 못잊어 저 지랄을 한다고 했는데.

해서, 야 그거 누구 노래고?했더니 오승근의 떠나는 임아 ㅡ라는 노래라고 했다.

그래? 개안네.하고 나도 며칠 전부터 따라 불렀더니 왠지 부르면 부를수록 가슴을 더 짠하게했다.

 

가려거든 울지말아요. 울려거든 가지말아요.

그리워 못보내는 님. 못잊어 못보내는 님.

갑자기 멀리 떨어져있는 마누라 생각에 와? 나는걸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