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어느 노감독의 하루

어느 노 감독의 하루 / 첫번째

커피앤레인 2006. 10. 2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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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 감독의 하루   2009/02/06 20:33 추천 0    스크랩 0
http://blog.chosun.com/jjiiwoo/3686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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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 감독의 하루 / 그 첫번째

 

WRITTEN BY J.I.WOO

 

 

 

 

 

죽음과 삶은 그리 멀지않았다.

특히 아내가 죽고 난 이후로는 더 그랬다.

마치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래동안 무관심했던 사람들 처럼

살아있는 사람들은 죽음이 바로 곁에 있는데도 알지못했다.

12월의 겨울은 빛 바랜 벽지마냥 을씨년스러웠다. 

대기실에는 칠이 벗겨진 장의자들이 여기저기 놓여있었고

몇번이나 덧대어 칠한 창틈 사이로 오후의 햇살이 간신히 고개를 비집고 들어왔다,

살이 제법 통통한 30대 중반의 젊은 여자는

바쁜듯이 저혼자 병실을 열심히 오가며 차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하릴없이 한참동안 그렇게 장의자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여잔 별로 반기는 기색도 왜 왔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는 한 손을 미간 위에 얹어 놓은체 저만큼 떨어져 앉아있는 아내를 쳐다보았다.

아낸 마치 면접을 기다리는 신입사원처럼 한쪽 구석에 앉아 조심스럽게 이곳저곳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나마 아내가 곁에 있어 다행이었다.

집을 나설때만해도 아낸  서슬이 시퍼렇게 살아있었다,

하지만 하루종일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닌 탓인지 아내도 지친 기색이 완연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긴 오래동안 퇴행성 관절염을 앓은 탓도 있겠지만  평소에도 거동이 불편하였는데

오늘따라 굳이 따라 나서겠다는 것을 막지못한게 여간 후회스럽지 않았다, 

아무래도 간밤에 스탭들과 어울려 술을 많이 들이킨게 화근이었나보다.

소변을 보기 위해 잠시 화장실에 들어간 것 외에는 남자는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괜찮으세여?

여자가 물었다.

-뭐가?

-간밤에 당신 화장실에서 부딪친 것 기억 안나요?

-부딪쳐? 어딜  

-피를 많이 흘렸잖아요.

-그래?

-병원에 가봐요?

-병원에 ?

-눈 주위가 많이 찢어졌잖아요.

아낸 약간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그가 봐도 가관이었다.

찢어진 이마 위로 허연 가루를 뿌렸는지 핏자국과 함께 보기에도 무척 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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