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서양화가 김 충순作
자원봉사
문씨가 왔다.
문씨는 내 밑에서 잡일만 도맡아 하는 잡부이지만
손재주가 좋아 여기저기서 이것 좀 손봐주세요
저것 좀 손봐주세요 하며 부르는 사람이 꽤 많았다.
한데 처음부터 일을 잘못 배운 탓인지
마무리가 늘 말썽이었다.
해서 그를 다룰 땐 마치 초등학생 가르치듯이
이건 이렇게 하는거고 저건 저렇게 해야하는거요 하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곧잘 해야했다.
며칠전에도 조그마한 방수공사를 하나 땄나본데
비가오자 미쳐 방수층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시공을 잘못한건지
여전히 지하실에 비가 샌다며 주인이 뭐라뭐라 했나보다.
에잇!또 새로 해주어야겠네 .................해사면서
지혼자 뭐라뭐라 투털댔다.
해서 방수를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비가 새오 ?
나하고 현장에 함 가봅시다 .....................하고 그를 앞세워 현장에 갔더니
시트방수를 했다는데 시트가 뒤엉킨 넘
이미 물이 들어가 임산부 배처럼 군데군데 들고 일어나는 넘
아직도 방수액이 덜 말랐는지 손만 대면 줄줄이 일어나는넘등
사연도 가지각색이었다.
하여,
/문씨요! 이런 곳은 시트방수가 어울리지 않소 .
매일 같이 물을 써야하는데 무슨 재간으로 방수액을 바짝 말린다말이요
다행히 내일 모레가 연휴라고 이 집 모두 쉰다고하니까
시트방수 걷어내고 몰탈 방수만 하소
그라믄 충분히 말릴 수도 있고 비 새는 것도 잡힐거요
낼 아침 삼실로 나오는대로 전화하소 내가 도와줄게.............................했더니 그제서야 좀 안심이 되는지
낼 꼭 좀 도와주이소 하며 인사를 꾸벅했다.
신규는 며칠전부터
자기가 찍은 작품사진과 소품을 동시에 전시할 공간을 꾸민다며
긴 의자 몇개를 만들어야 한다고 형이 좀 도와줘 했다.
/그래? 몇개나 만들어야 하는데
/네 댓개
/뭐 할려고 네댓개나 필요한데
/강의할 땐 거기 앉아서 듣고 평소엔 그냥 평상처럼 그렇게 쓸려고
/그럼 미송으로 만드는게 제일 예쁘겠다.
/암튼 그건 형이 전공이잖아
그러니 형이 알아서 해주고 .....한데 내가 진짜 원하는건 형의 손으로 직접 만든 그런 작품을 갖고 싶어
그라믄 형이 만들어 주었다고 자랑도 할 수 있잖아.
/자랑은 필요없고 일단 목재부터 주문하자.
사실, 일자형 의자는 생각보다 만드는게 간단했다.
우선 계단목으로 나오는 미송을 주문하면
30-40cm 폭에 이승(약 3cm) 두께에 6자(180m)정도로 길게 하나 자르고
그 남은 걸로 43cm나 45cm정도 다릿발 두개만 더 자르면 한개의 긴 의자가 되었다.
이걸 4-5개 나란히 붙여놓으면 때에 따라서는 평상(平床)으로도 가능했는데
물론 못이나 나사못을 조우기 전에 목공 본드를 접착부분에 바르고 그런 후
못을 치면 훨씬 더 단단했다.
못을 쳐서 조립 과정이 다 끝나고 나면
무광 라카 페인트에 라카신나를 조금 섞은 후
붓으로 대여섯번 이상 칠을 올리면 아주 훌륭한 의자겸 평상이 되었는데
칠을 올리는 이유는 나무결을 보호하는 의미도 있지만
그보다는 때가 타고나면 나중에 보기가 흉하기 때문에 그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했다.
물론 이렇게 만들면 의자만으로도 훌륭하지만
때론 소품이나 화분을 올려 놓는 다목적용으로 가구로 사용하면
집이 훨 아름답고 운치도 있어 보였다.
하긴 사람에 따라서는
나무를 똑바로 자르기가 여간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땐 가까운 목공소에 가서 칫수대로 좀 잘라달라고 하면
단돈 만원이나 5천원정도 수고비만 나갈 뿐 어려운건 하나도 없었다.
해서, 이 몸은 노니 염불한다고 내일 자원봉사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사람사는 최고의 낙은
뭐니뭐니 해도 자기가 갖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이나 물질을
남을 위하여 쓸 때 가장 행복했다.
(그걸 누군가 존재감이라 하던가? 유식한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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