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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발대발 선생

커피앤레인 2016. 4. 18. 13:56

 

겸손과 변화는 누구에게나 필요했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획일적인 것이 가장 좋은 것처럼 보였지만 깨어있는 구성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리더는 더 열린 마음으로 다른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우리려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했다.

 

주말인데다 봄비마저 쏟아진 탓일까?

다들 낭만주점이 그리웠나보다.

홍선이도 왔고 강회장도 왔고 이선장도 왔다.

낯선 사람중 한 분은 류국장이었다.

토요일밤 권시인이 전화를 했다.

ㅡ형님 어딥니까?

ㅡ사무실이다.

ㅡ형님 어디로 갈까요?

제가 오늘 한 잔 살께요.

ㅡ그래? 어디가 좋겠노?

ㅡ형님 좋아하는데로 가입시다.

ㅡ글세.선미집은 어떻노?

ㅡ거긴 좀 그렇네요.

ㅡ그럼.수미정은?

ㅡ거기도 낭만이 없던데요.

ㅡ그럼 영주동 시골마당에 갈까?

ㅡ거긴 너무 멀고예

 

해서,두 놈이 빗속을 돌고돌다 결국은 강나루에 오니 예의 군상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있었다

저쪽은 금정산성 막걸리파들이었다.

우린 소맥파였다.

한데 작은음악회를 기획하면서 마산예술가들로 부터 배운게 하나 있었다.

소맥은 소주부터 먼저 따르고 맥주를 부어야 거품이 밖으로 넘치지않았다.

ㅡ안주는 뭐할렵니까?

ㅡ버섯전골로 하자.

ㅡ좋습니다.

또한차례 비가 쏱아지나보다.

바깥이 어지러웠다.

ㅡ와이리 비가 많이오노?

ㅡ형님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압니까?

ㅡ오늘?토요일 아이가?

ㅡ형님도.참.오늘이 세월호 침몰 2주년 아입니까.

ㅡ아.그렇나? 그래서 아까 소두 김인환선생이 왔다갔나보네

ㅡ소두 선생이 누군데요?

ㅡ김인환선생 모르나?

ㅡ홍대 미대 나왔고 전국에서 이름난 작가인데

ㅡ와 왔는데예?

ㅡ모르겠다.나중에 보니 도록을 하나 놓고갔던데

ㅡ그래예.

ㅡ응.보니 소두 김인환 생명전 ㅡ세월호이야기 ‥라고 되어있더라.

어느정도 술이 올랐나보다.

술값을 주려고 일어났더니 강회장이 급히 뛰어왔다.오늘밤은 제가 다 내겠습니다며 기어이 돈을 도로 넣어주었다.

ㅡ술은 우리가 다 마셨는데

ㅡ아이고. 같이 더 마시면 안되겠습니까.

ㅡ그것도 좋은 일이네.그럼 그럽시다.

 

카툰작가이며 대학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석제 안기태선생이 비를 뚫고 들어왔다.

ㅡ왠비가 이리도 많이오노?

ㅡ봄비아입니까.어서 오이소.

석제 안기태선생은 동아일보에 시사만화를 그린 고바우 김성환선생만큼이나 유명했다.

부산일보사에서 재직하며 시사만화를 그렸는데 제목이 피래미선생이었다.

원래 시사만화란게 독자들에겐 시원한 냉수와 같았지만 권력자들에겐 가시보다 더 귀찮은 존재였다.

특히 군부독재자들에겐 썩은 이빨보다 더 골치아픈 존재였다.

그래서 그랬을까? 권력기관으로부터 백주 테러를 당한 뒤엔 국제신문사로 옮겼는데 이번에는 만화제목을 피래미선생이 아니라 어리벙선생으로 바꾸었다.

한 대 얻어 맞고난 뒤 정신이 오라가락한다고 일부러 어리벙선생으로 바꾸었나보다.

그게 소위 말하는 저항정신이었다.

하지만 그는 좌파도 운동권도 아니었다.올곧은 선비일뿐이었다.

 

어느새 이놈의 테이블이 매인테이블로 바뀌었다.

해서 안선생에게 건배제의를 부탁했더니 노발대발하면 다같이 위하여ㅡ하고 큰소리를 지르라고 했다.

안선생 말인즉 노발대발은

노인이 발기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나.우짠다나.ㅎㅎㅎ

 

그나저나 이 일을 우야믄 좋노?

싱싱한 젊은사람들은 아이를 아예 낳을 생각도 안한다는데 이놈이라도 국가의 미래를 위하여 아이를 낳아야하나?

한데 이놈은 이미 시들할대로 시들했는데 뭔재주로 발기를 한담.

나도 이참에 비뇨기과라도 함 가볼까?비아그라든지 팔팔정이라든지 비뇨기과 처방전이 없으면 약도 안판다하는데ㅡ우야믄 좋지?

 

비는 밤새 그칠 생각이 없나보다.

오늘밤은 싫든지 좋든지 배게나 끌어안고 자야겠다.

모든게 다 때가 있는 법인데 비 오는 밤 다들 무드 함잡아봐여.늦둥이 낳으면 장려금도 준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