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봄은 봄이다.
개나리도 꽃봉오리를 올리고 장미도 새 잎이 돋기 시작했다.
겨우내 땅속에서 꼼작도 안하든 튜립도 서서히 삐죽삐죽 새 잎을 내밀었다.
한나절 다대포 해수욕장은 참 한가하다.
그나마 지하철 역이 생기고부터 관광객이 꽤 많이 오나보다.
돈이 있으면 이 쪽에 땅을 사놓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모르긴 몰라도 십년후면 해운대는 저리가라 할게 뻔했다.
누군가 튜립을 좋아한다해서
새벽부터 캔버스 밑칠부터 했다.
유화는 물감 마르는 시간이 꽤 걸렸다.
수채화나 수묵화와 달리 그렸던 그림이 마음에 안들면 다른 색으로 지울 수 있는 게 유화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과학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밀레나 피카소가 그린 그림만 보는 게 아니라 지운 그림까지 다 잡아낸다니 지우는 것도 신중을 기해야 하는가보다.
저 지난 달에는 가을산을 그렸는데 ㅡ
대단하진 않아도 손수 그림을 그릴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렇지않으면 누군가의 손을 빌려 내가 원하는 그림을 손에 넣어야하니 돈도 돈이지만 작가 또한 쉽지는 않을게다.
역시 난 자급자족해야 직성이 풀리는 족속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