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 보다 더 매력적인 것이 또 있을까.
낙동강하구를 따라 강바람을 맞는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강태공들이 팔뚝만한 싱싱한 숭어를 연방 걷어 올리며 괴성을 지르는 것을 보면 저절로 신명이 난다.
어젠 오래간만에 이 길을 걸었다.
신평역 9번 출구는 여늬때 보다 더 한가했다.
트래킹은 사실 여기서 부터 시작이었다.
9번 출구 앞 신호대를 건너면 가야밀면 집이 잠시 길을 막았지만 하구언강변도로로 갈려면 이 길이 가장 빨랐다.
거기서 300미터 직진하면 길게 곧게 뻗은 강변대로가 나타났다.
신호등 앞에서 길을 건너기 전 잠시 숨을 고르면서 좌우를 둘러보면 우측은 하구언둑과 연결되어 있었고 앞은 낙동강 끝지점이 놓여있었고 좌측은 다대포 해수욕장까지 잘 다듬어진 산책로가 있었다.
진짜 트래킹은 여기서부터 시작인데
강을 끼고 다대포해수욕장 쪽으로 방향을 틀면 여기저기 강태공들이 눈에 띄었다.
숭어가 올린오기엔 너무 이른 탓인지 오늘은 작황이 좋지 않는 모양이다.
이 트래킹코스는
눈앞에 펼쳐지는 강도 아름답지만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또한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다.
다리 밑을 통과하면 좌측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하고 어린 소녀가 눈을감고 술레잡기를 하는 조형물이 여전히 길손을 반겼다.
강변대로는 차는 차대로 자전거는 자전거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따로 구분되어 있었다.
때문에 바이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30분 남짓 길을 걷다보면 또 다른 다리(장림교)가 나왔고 왼쪽에 장림포구라는
대형 입간판이 사람을 유혹했다.
장림포구엔 작은 배들이 정박해있었다.
강둑엔 어묵과 악세사리를 파는 조그마한 가게들이 눈을 즐겁게했지만 트래킹이 목적인 사람들은 왼쪽에 있는 것들은 일단 무시해야 해딴에 집에 돌아갈 수 있었다.
장림교를 지나 -가던 길을 계속 재촉하면 보덕교가 나왔고 거기서 1km정도 더 가면 고니공원이 우측에 나타났다.
미니공원이지만 참 아름답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다.
해질무렵 그곳에서 낙조를 구경하는 것도 장관이지만 망원경으로 모래틈에서 한가로이 먹이를 줍는 철새들을 보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였다.
홍티마을은 마을 생김새가 무지개처럼 생겼다하여 붙였다고 한다. 한문으로
홍은 무지개를 뜻했고 티는 고개 치자가 변해 티가 되었다고했다.
아주 오래전엔 이 일대가 소금생신지로 유명했다고 했다.
소금은 자염과 천일염으로 나뉘었다.
자염은 바닷물을 가마솥에 긇여 만든 것이었고 천일염은 바닷물을 증발시킨 것이었는데 이 곳은 예로부터 자염으로 그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때문에 당시엔 집집마다 바닷물을 끓이느라 온동네가 연기로
장관을 이루었다고 하였다.
또 하나 이곳에서 나는 김은 천하일미라 할 정도로 그 맛이 월등했다고 했다.
얼마나 대단했던지 이 곳에서 나는 김을 맛 본 사람은 다른 김을 찾지도 않았다고 했다.
아무튼
트래킹의 매력은 이러한 마을의 내력과 맞물리면 굳이 김장김치 하나로도 입맛을 사로잡듯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따지고보면 트래킹은 단순히
걷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 외에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고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으로 가슴에 맺힌 모든 응어리들을 다 내버릴 수 있는 여유마저 선물했다.어찌보면 게으르지만 않으면 이보다 더 좋은 힐링도 그리 많지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부산은 트래킹하기에 참 아름다운 도시였다.
많은 이야기가 있고
산이 있고 바다가 있고 강이 있는 그런 도시였다.
아무튼
거기서 계속해서 다다포 해수욕장쪽으로 다시 길을 걸으면 홍티1교가 나왔고 홍티1교에서 1km정도 더 걸으면 드넓은 다대포해수욕장이 나왔다.
다대포 해수욕장까지 가기 전에
마지막 휴게소에서 신호를 받아 롯데캐슬 아파트가 있는 아미산숲길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다대포해수욕장을 거쳐 몰운대로 곧장 갈 것인지 선택을 해야한다.
트래킹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새로운 길을 걷는 일이었다.
일단 몰운대를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다대포해수욕장 쪽을 택하면 되었고 새로운 트래킹코스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롯데캐슬아파트 쪽으로 방향을 틀면되었다.
하지만 진짜 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미산 숲길을 택하는게 훨씬 더 아름다웠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강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기왔다.
물론 몰운대로 가는 길은 그나름대로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하지만 호젓함을 만끽하려면 아미산 숲길은 숨은 보화와 같은 트래킹코스였다
아미산 숲길은 롯데캐슬 201호 입구에서 시작되었다.왼쪽으로 꺾어서 200미터정도 산으로 올라가면 잘 다듬어진 자갈길이 나왔다.
아미산 숲길은 거기서 부터 시작되었다.
호기심에 응봉봉수대로 올라가는 샛길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봉수대 외에는 그리 볼만한게 별로 없었다.
오히려 임도이지만 넓은 숲속길을 따라 걸으면 산 위에서 보는
낙동강의 일몰은 그야말로 장관 그 자체였다.
숲속 산길은 거의 1시간 정도 계속 이어졌다.
길을 걷다보면 가끔 좌우로 샛길이 나왔다.
하지만 그건 무시할수록 현명했다.
문제는 숲속길이 끝나는 지점이었다.
공교롭게도 길이 세갈래로 갈라졌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동원로얄듀크 아파트가 나왔다.
왼쪽으로 확 꺾으면 공장지대로 바로 내려갔다.
죄도 우도 다 내버리고 중간길을 선택하면 대밭이 나왔다.
물론 삼거리입구에 푯말도 있고 안내판도 있었지만 초행자에게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않았다.
오히려 도움을 준다면 산불조심이라는 깃발이었다.
그 길을 택하면 옆에 흙먼지를 터는 곳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곧장가면 좌우에 대밭이 있었고 거기서 1km정도 더 걸으면 을씨년스럽게 방치된 큰 공장이 나타났다.
이 넘이 영화감독이라면 꽤나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은 족히 찍을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반대로 우측은 깔끔하게 생긴 과자공장이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좌측으로 내려갈 것인지 우측으로 내려갈 것인지를 또 선택해야했다.
개인적으로는 폐공장을 따라 초원농장이라는 간판이 있는 좌측으로 길을 재촉하는게 훨씬 볼거리가 많았다.
부산의 대표먹거리인 어묵공장들이 제다 모여 있어 너도나도 나 좀 봐주세요하고 고개를 빼곰히 내밀었다.
거기서부터는 무조건 직진을 해야 처음 트래킹을 시작할 때
그냥 지나쳤던 장림포구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곳에 가면 풍차모양의 빨간지붕을 한 예쁜 화장실이 있었고 어묵을 맛볼수 있는 가게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아무튼
거기서 신평전철역 까지는 약 2km 정도 남짓했다.
초행자는 방향감각이 약간 서틀수도 있겠지만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앞을 주시하면 저멀리 목욕탕 굴뚝같은게 2개나 보였다.
그게 신평역 근처에 있는 염색공장 굴뚝이었다.
장림포구에서 요기를 한 뒤 오른쪽에 있는 다리를 건너 무조건 직진하면 명지와 맞닿은 하구언다리가 나왔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길을 따라가면
사거리가 나왔다.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받아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대한제강과 동국제강 공장들이 좌우에 버티고 있었다.
두 공장을 뒤로하고 계속 직진하면 신평역 1번 출구가 보였는데. 신평역 건너편에서 하단 오거리까지는 먹거리 천국이었다.
각자 취향대로 몸과 마음을 달래기엔 안성마춤이었다.
무슨 일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사람은 처음도 중요하지만 끝이 좋아야 오래도록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했다.
트래킹만 한다면
시간은 대개 4시간 정도 소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