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원 시인이 18번째 시집을 내었다고 시집 한 권을 건넸다.
제목이 재미있다.
없습니다ㅡ였다.
부산대학교 총장이었던 장혁표 전총장이 시집 없습니다 발간을 축하한다면서 축사를 실었다.
뿐만아니라 사하문인협회 신진식 시인이 가장 따뜻한 시인의 등불이란 제목으로 축사를 보내왔다.
물론 문학평론가인 정훈의 글도 실렸다.
하긴 문학평론가의 해설 하나쯤은 있어야 제 맛이겠지.
그의 제목이 더 시니컬하다.
운명. 생명의 뜨락에서 내리붓는 그 차갑고 그 쓸쓸한 빗줄기에 대하여ㅡ
따지고 보면 언어란 참 묘한 구석이 있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언어를 빚는 사람에 따라 때로는 걸쭉한 막걸리가 되었고 소주가 되었고 포도주나 양주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우리는 책을 읽는지도 모른다.
극작가 김문홍씨 글도 있었다.
그에게 시가 없다면. 혹은 시인이 아니라면 ㅡ
시인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부제를 붙였다.
별이 빛나는 밤에 썼을까.
문학평론가인 김한규씨의
빗물에 씻겨간 시인의 절망 ㅡ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보탰다
물론 나도 글을 썼다.
구천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기인 시인 ㅡ이란 제목으로 그를 조명했는데 술집 주모가 어쩌면 글을 그리 잘 쓰느냐며 칭찬인지 욕인지 은근쓸적 한마디했다.
여기 그의 시 몇 편을 실어본다.
풍 경 소 리
권 태 원
비우고 지우고 내려놓아라
한없이 작아지고 작아지면서
꽃잎들이 떨어져 내린다
배룡나무 사이로 붉게
타오르는 서녁 노을
바람은 어디로 왔다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한 알의 먼지다.
길이 멀다
나는 떠도는 점이다
좋은 사람
권 태 원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개꽃 한 다발 받는 것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을 때
마술사 같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함께 있으면 언제나
더 소중한 사람
멈추면 보인다
권 태 원
빛보다 먼저
언어보다 먼저
사랑은 목소리도 없이
폭포처럼 끊김도 없이
내 숲에 먼저 와 있습니다
바보처럼
벙어리처럼
사랑은
예수처럼
부처처럼
내 곁에 먼저 와 있습니다
시인의 건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