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한국적인 미의세계

커피앤레인 2011. 11. 29. 05:36

 

그림/ 무진 정룡作

40472

한국적인 미의세계

 

 

 

디자이너가 자기 이름을 동판에 새긴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기 작품에 대한 무한신뢰와 애정만큼

디자이너의 이름을 남긴다는 것도

꽤나 의미있는 일이었다.

해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일을 할 때마다 동판에 내 이름을 새겨

벽에 부착하곤 했다.

 

 

물론 오동동 아구 할매집도 기둥 어느 구석에

내 이름을 새길게 뻔했다.

대개의 경우 난 Designed by J.I.Woo 라고 짤막하게

영문 표기를 했다. 하지만 이번만은 디자인의 기본 컨샙도

곁들이기로 했기 때문에 동판 대신에 스텐리스에 글자를 부식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물론 기둥 맨 끝엔 내가 애지중지하는 싸인을 한필 휘갈기겠지만

아무튼 이번 작품은 다른 작품과 달리 100%로 외부에 노출이 되어서 그런지

행인들의 반응이 의외로 뜨거웠다.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만들수 있느냐 하는 말은 기본이었고

하루에도 몇명이 찾아와 조언을 구하며 명함을 달라고도 했다.

하지만 우리 건축의 가장 아름다운 것은

뭐니뭐니해도 자연 그자체였다.

막돌이 그랬고 목재가 그랬고 한지가 그랬고 기와가 그랬다.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멋을 아무런 꾸밈도 없이 소롯이 드러내자 

사람들은 이제사 우리건축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해서 그런 탓 저런 탓으로, 나는 여전히 현장에 붙어

김목수...........이목수..........야 전기야 니 자꾸 애 먹일래! 해사면서

때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때론 다정스럽게 어깨를 툭툭치며 격려한답시고

시덥잖은 와이담을 곧잘 늘어놓곤 했다.

 

 

한데 진짜 잼있는 것은

현장에서는 아무리 자기분야라고해도  함부러 덜렁덜렁 

자기 일을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자주 이 넘을 붙잡고

이건 어떻게 하느냐 저건 어떻게 하는게 좋으냐며 시시콜콜 조언을 구했다.

해서, 난 또 감독이랍시고 예의 그 넘의 노트를 꺼내들곤 그림을 그리며

그들의 이해를 도왔더니 

사장님은 그림만 잘 그리는게 아니라 글씨도 예술이라며 

칭찬인지 욕인지 내 앞에서 그렇게 씨부렁거렸다.

한데 며칠째 땀을 뻘뻘 흘리던 기와쟁이가 한밤중에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정말 고맙습니다.........................하고

뭐가 고마운데요?

아니 옆에서 잘못된 것을 그때 그때 일일이 지적해주니 너무 고마웠다며

인사를 꾸벅했다.

 

 

하긴 주인이나 감독이랍시고 팔짱만 낀 채  일할땐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

일을 다 마치고 연장을 챙길려면 그제사

이게 잘못되었니 저게 잘못되었니 해사면서 고쳐달라고 했는데  

그것 보다 이 넘 처럼 즉석에서 모든 것을 시정 해주는 것이

그들에겐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훨 덜 피곤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든지 저렇든지 이제 길어야 일주일이면 거의 모든게 다 끝날텐데

그동안 콩이야 !팥이야! 하며  전주며 부산이며 대구며 마산을

몇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한 탓인지 갑자기 입술이 부르터더니 지도 조금은 체면이 있는 모양이다.

어느새 입술이 깨끗했는데 그래서 옆에 앉은 여자가 그랬나?

입술이 너무 섹시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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