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오동동 아구 할매집

커피앤레인 2011. 12. 2. 18:34

오동동 아구 할매집

 

 

 

원조 오동동 아구 할매에 대하여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누구는 성질이 꽤 괄괄했다고 했고 누구는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과 할매를 얼핏 기억했다.

50여년전 할매는 나무 의자 몇개만 놓고 오동동 초가집이란 상호를 내걸고 실비집처럼 운영하다 세월이 흐르면서 간판도 어느새 오동동 초가집/ 옛날 오동동 초가 할매집/오동동 초가 할매집/오동동 아구 할매집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아구의 영어명은 Anglerfish 또는 Monkfish 라고 했다. 해산어류로 210여종이 지구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아구의 참 맛은 우리연안에서 잡히는 아구가 제일 담백하고 영양도 풍부하고 맛도 있었다. 흔히 사람들은 아구를 아귀라고도 불렀다.

어떤이들은 아귀가 더 표준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귀보다 아구가 더 널리 알려졌으며 특히 마산 오동동 아구찜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했다.

 

아구찜의 시원(始原)은 사실 의외로 간단했다.

먹을게 없던 시절, 마산 앞바다를 드나들던 어부들은 아구를 잡으면 의례 쓸모없는 고기라며 담벼락에 내던져 버렸다.  그렇게 내동댕이 친 아구는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며 저혼자 말려진 채 오래동안 사람들의 괄시를 받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때가 있다고 했던가.  어느날 할매! 이걸로 뭐 좀 해주소........하고 어부들이 무심코 건네준 것을 오동동 할매들이 전통토장과 고추가루에 콩나물 넣고 쪄서 양념을 한게 오늘날 건어구찜의 시초였다.

아구는 원래 알싸하면서도 매운듯한 것이 제 맛이었다. 때문에 콩나물에 아구 한점을 입에 넣고 국물을 떠 먹으면 천하의 어떤 산해진미도 그 입맛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 탓에 오동동 술꾼들은 자주 속풀이로 얼큰한 아구찜을 찾았고 그것이 사람들 입에 회자되면서 아구찜하면 이제는 의례껏 마산 오동동 아구찜이 최고라는 인식과 함께 마산오동동 아구찜은 일약 전국적으로 아구찜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해서, 1대 원조 할매때는 아구찜과 함께 우리 토속 된장찌개 등등의 메뉴로 오동동 술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2대 며느리는 아구찜을 보다 활성화하여 건아구찜/생아구찜 외에도 아구수육/아구불갈비/아구탕/아구젓갈/아구포 등등을 개발하여 대한민국 최초로 아구명인이라는 인증서를 받았다. 물론 지금은 큰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솜씨를 그대로 이어받아 3대째 가업을 전수 중인데 햇수로는 근 50년이 되었다 할까. 아무튼 오늘도 아구찜 명가(名家)의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움직이며 누군가 금방 잡은 아구가 있다면 천리를 마다하고 사람을 보내 아구수육의 참 맛을 선보였다.

 

(*이 글은 오동동 아구 할매집 기둥에 붙일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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