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수 한 그릇도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신 주님!
가을이라고 다 쓸쓸한건 아니었습니다.
노오란 단풍이 들 때 우리는 여전히 풍요로왔습니다.
벚나무를 위시하여 오리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까지
가을은 저마다의 색갈로 남은 자들을 위로했고
고통 받는 자들을 보듬어 안았습니다.
저들은 홀로 떨어진 낙엽이 아니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커가는 나무들을 위해
이야기 꽃을 피우며 기꺼이 거름이 되길 원했습니다.
설혹 자식들이 외면한다 하더라도
때로는 믿었던 가족마저 등을 돌렸지만
저들은 여전히 의연했습니다.
때로는 가곡을 들으며 꿈 많았던 그 시절을 기억했고
흘러간 유행가를 들으며 그야말로 삼류다방에서
사랑을 속삭이며 수줍어했던 그 옛날을 추억했습니다.
프리드리히 니이체는 이렇게 시를 썼습니다.
이윽고 눈이 오리라
그래도 고향을 가진 자는 다행하다
까마귀 우짖으며 거리로 흝으러진다
그렇습니다.주님!
언젠가는 우리도 저 떨어지는 낙엽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린 결코 낙심하지 않았습니다.
눈이 오는 날
우리는 비로소
이 세상의 때를 다 씻으려고 합니다.
원망도 미움도 절망도 모두 다 씻고
새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우리의 소풍은 정말 아름답고 멋 있었다며.........
해서,
우린 우리의 생명이 다하는 그 날 까지
감사할 것이며 노래할 것입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이웃을 위해.
그리고 남은 자들을 위해 위로할 것입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며!
주는 자가 받는 자 보다 더 복되도다
출처 : 황덕식의 음악
글쓴이 : 커피앤레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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