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정란作
아내의 전화
아내는 11박 12일로 유럽여행을 떠난다고 하였다.
/며칠전에 전화했는데 안받던데요
/응. 며칠 함양에도 가고 지방에도 다녀왔어
/그래요? 뭐 일해요 ?
/아니. 하지만 곧 할거야 .그래도 소소한건 늘 있으니까.
/휴가는 다녀 오셨어요?
/휴가? 휴가는 현장 답사가 휴가이지 뭐
/입을 옷은 있어요?
/응
/빨래는요?
/요즘은 대부분 세탁소에 보내어.
여름철이라 잘못하면 땀 냄새가 많이 나잖아.
해서 가능하면 드라이해 달라고 맡겨버려.
그게 훨 신경도 덜 쓰여서 좋고 .
요즘 아이들은 뭐 해?
/큰 애는 새로운 건축 설계를 맡았는지 밤 늦게까지 일해요
작은 애는 얼마전에 호주에서 돌아와 커피 숍 점장을 맡았다며 정신이 없나봐요.
/커피 숍?
왠 커피 숍이지? 호텔경영학을 전공했으면 호텔이나 취직하지
/모르겠어요. 그게 지 적성에 맞다나요.
/그래? 내가 호텔 쪽에 인맥이 더러 있는데
그 쪽으로 말해줄까?
/하지 말아요 . 호텔은 얼마든지 갈 수 있데요. 한데 지가 가고 싶지 않나봐요.
/그래 ! 그럼 처음부터 말렸을 때 듣지
끝까지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싶다하더니 겨우 커피숍 점장이야.
/모르는 소리 하지 마세요. 요즘은 그게 인기래여
/그래?
/그나저나 나 유럽가는데 용돈 좀 보내줄래요?
/용돈? 누구하고 가는데?
/강서방 내외하고 가기로 했어요
/처제네 하고............................잘 되었네.
암튼 축하해요. 용돈은 생각 해보고 보내줄게.
/보내주면 보내주는거지 왜 생각을 해야하나요?
/통장에 잔고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아니요
/아이고! 안보내도 돼요. 괜히 한번 해 본 소리이니까.
뜨거운 여름철에 밥이나 제 때 잘 챙겨먹고
옷이나 자주 갈아입어요.
갑자기 누군가 찾아 왔나보다.
나 끊어요 ......................하더니 아내는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러고 보니 올초에 한번 보고 아내 얼굴을 안본지도 꽤 오래된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린 늘 여전했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전혀 불편함도 거리낌도 없이
그렇게 자기 스타일대로 잘 살았다.
하지만 누군 미워서 죽겠다하고 입만 열면 험담을 했고
누군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면서도
남 앞에서는 언제나 호호호호 했다.
물론 약간의 견해 차이는 우리에게도 있었지만
30년 전 연애시절이나 지금이나 다를건 하나도 없었다.
한데 며칠간 집을 비웠더니 사람마다 인사가 거룩했다.
온동네가 다 빈 것 같다느니
항상 보던 사람이 안보이니까 너무 적적하더라면서
연거푸 술을 권했다.
하긴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배회하는 고양이들도
제 주인이 돌아왔다는걸 아는걸까?
아침부터 삼실 앞에 쪼그리고 앉아 셋넘이 아옹 아옹하며 ...................
밥 달라며 떼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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