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내의 전화

커피앤레인 2011. 8. 3. 17:26

 

안 정란作

 

40416

아내의 전화

 

 

 

아내는 11박 12일로 유럽여행을 떠난다고 하였다.

/며칠전에 전화했는데 안받던데요

/응. 며칠 함양에도 가고 지방에도 다녀왔어

/그래요? 뭐 일해요 ?

/아니. 하지만 곧 할거야 .그래도 소소한건 늘 있으니까.

/휴가는 다녀 오셨어요?

/휴가? 휴가는 현장 답사가 휴가이지 뭐

/입을 옷은 있어요?

/응

/빨래는요?

/요즘은 대부분 세탁소에 보내어.

여름철이라 잘못하면 땀 냄새가 많이 나잖아.

해서 가능하면 드라이해 달라고 맡겨버려.

그게 훨 신경도 덜 쓰여서 좋고 .

요즘 아이들은 뭐 해?

/큰 애는 새로운 건축 설계를 맡았는지 밤 늦게까지 일해요

작은 애는 얼마전에 호주에서 돌아와 커피 숍 점장을 맡았다며 정신이 없나봐요.

/커피 숍?

왠 커피 숍이지? 호텔경영학을 전공했으면 호텔이나 취직하지

/모르겠어요. 그게 지 적성에 맞다나요.

/그래? 내가 호텔 쪽에 인맥이 더러 있는데

그 쪽으로 말해줄까?

/하지 말아요 . 호텔은 얼마든지 갈 수 있데요. 한데 지가 가고 싶지 않나봐요.

/그래 ! 그럼 처음부터 말렸을 때 듣지 

끝까지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싶다하더니  겨우 커피숍 점장이야.

/모르는 소리 하지 마세요. 요즘은 그게 인기래여

/그래?

/그나저나 나 유럽가는데 용돈 좀 보내줄래요?

/용돈? 누구하고 가는데?

/강서방 내외하고 가기로 했어요

/처제네 하고............................잘 되었네.

암튼 축하해요. 용돈은 생각 해보고 보내줄게.

/보내주면 보내주는거지 왜 생각을 해야하나요?

/통장에 잔고가 얼마나 남아있는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아니요

/아이고! 안보내도 돼요. 괜히 한번 해 본 소리이니까.

뜨거운 여름철에 밥이나 제 때 잘 챙겨먹고 

옷이나 자주 갈아입어요. 

 

 

갑자기 누군가 찾아 왔나보다.

나 끊어요 ......................하더니 아내는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러고 보니 올초에 한번 보고 아내 얼굴을 안본지도 꽤 오래된 것 같았다.

그래도 우린 늘 여전했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전혀 불편함도 거리낌도 없이

그렇게 자기 스타일대로 잘 살았다.

하지만 누군 미워서 죽겠다하고 입만 열면 험담을 했고

누군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면서도

남 앞에서는 언제나 호호호호 했다.

물론 약간의 견해 차이는 우리에게도 있었지만

30년 전 연애시절이나 지금이나 다를건 하나도 없었다.

 

 

한데 며칠간 집을 비웠더니 사람마다 인사가 거룩했다.

온동네가 다 빈 것 같다느니

항상 보던 사람이 안보이니까 너무 적적하더라면서 

연거푸 술을 권했다.

하긴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배회하는 고양이들도 

제 주인이 돌아왔다는걸 아는걸까?

아침부터 삼실 앞에 쪼그리고 앉아 셋넘이 아옹 아옹하며 ...................

밥 달라며 떼를 썼다.

 

 

 

'아침에 쓰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듣고 싶은 단 한마디는  (0) 2011.08.05
대책이 없는 여자네   (0) 2011.08.04
바보 함양  (0) 2011.08.02
함양아 ! 너는 우찌 그리도 무심하니  (0) 2011.08.01
상림에나 가볼까?  (0) 2011.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