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세효 작/을숙도
대책이 없는 여자네
여자는 나이가 들면 무서운게 없나보다.
초저녁부터 둘이서 니가 옳니 내가 옳니 해사면서
사랑 싸움을 하더니 두사람만 놀기엔 너무 지루했던지
동생뻘 되는 젊은 여자가 또 합세를 했다.
젊은 여잔 늙수레한 남잘 마치 지 서방 대하듯이 그렇게 거칠게 대들었다.
/헤어질려면 진작 헤어지지 왜 질질 끌어요?
/왜 남자답게 딱 부러지게 대답을 못해요.
/더 이상 언니 눈에 눈물나게 하지 마세요 .....................해사면서
연방 남잘 욱박질렀다.
하지만 남잔 꿈적도 하지 않았다.
남자의 표정엔 니가 뭘 아는데?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여잔 초저녁부터 막거리를 사발째 들이 마시더니
제법 쩌렸는지
/야 이 나쁜 자식아 ....................
/하긴 내가 더 나쁜 년이지 ..................해사면서
욕인지 넋두리인지 지 혼자 계속해서 씨부렁거렸다.
어둠이 깔리고 술시가 되었나보다.
강나루에도 하나 둘 낯익은 얼굴들이
속속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세사람의 대화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젊은 여잔 여전히 자기 일인양 분기탱천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그러던지 말던지 전혀 아랑곳 하지도 않았다.
순간, 테이블 위에 놓인 막걸리 통을 보며 저 인간들이 도대체 얼마나 먹은거야 ?하고 세어봤더니 족히 10병은 더 된 것 같았다.
여잔 여전히 이 자식아..................이 새끼야 하고 욕을 했지만
표정만은 전혀 표독스럽지도 미워하는 그런 눈치도 아니었다.
하지만 상주 보다 곡쟁이가 더 섧게 운다더니
분기탱천하는 쪽은 여전히 젊은 여자였다.
머리만 받쳐준다면 변호사를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논리가 정연하고 치고 받는 수준이 예사롭지 않았지만
젊은 여잔 두 사람이 정말 미워하는 사이가 아니란 걸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 좋으면 너거 마누라 한테 가지 여긴 왜 왔노 이 자식아 ..........하고
여잔 또 욕을 퍼부어 대었다.
남잔 많이 취했나보다.
갑자기 일어서더니 오줌이 마렵다며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다.
남자가 일어서자 여자도 덩달아 나도 오줌을 눠야한다며 따라 일어섰다.
두 사람이 밖을 나간 후에야 젊은 여잔 비로소 조용했다.
시간이 꽤 지났고 두 사람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새 테이블마다 낯익은 얼굴들로 가득하였고
빈자리도 거의 남아 있질 않았다.
/나 ,잠시 삼실에 다녀올게요 . 누가 연락을 할려고 했는데 ....................
연락이 왔나 모르겠네.하고
문을 밀고 밖을 나서자 화장실 문을 열어 놓은 채
여잔 여전히 볼일을 보고 있었다.
순간 얼굴이 화끈했지만
남잔 그런 여자를 우두커니 쳐다보며 문 한켠에 비스듬히 서 있었다.
여잔 줄잡아도 아직 50대는 아닌 것 같았다.
초저녁 부터 술에 너무 취한걸까?
아니면 못다 이룬 사랑으로 가슴이 답답해 견딜 수 없는걸까?
그렇게 벌거벗고 있어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걸 보니
정말 사랑이 좋긴 좋은가보다.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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