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뭐 그리 빨리 갈라하노, 이 사람아

커피앤레인 2011. 8. 20. 18:13

 

그림/ 서양화가 서 혜연作

 

40429

 

뭐 그리 빨리 갈라하노, 이 사람아

 

 

 

세상은 아직도 그런대로 살만한데

왜 사람들은 그리도 빨리 저 세상으로만 자꾸 갈려고 할까?

 

 

도대체 그 넘의 돈이 몬데,

다들 돈 때문에 밤새 소주를 퍼마시다가

그 다음날 자기도 모르게  유세차 하는 넘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긴 청춘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그 한몸 다바쳐 님을 보필한답시고

뼈 빠지게 일했더니

사낸 돈푼깨나 모이자 어느새  딴뇬하고 눈이 맞았는지

새 살림을 차렸는데   

 

 

그래도 믿을건 야시 같은 마눌밖에 없다하고

피 땀 흘려 벌인 쪽쪽 마눌 통장에 꽃아 주었더니

누군 사업이 어려워지자 니가 내한테 해준게 뭐꼬..................해사면서

이빨만 빡빡 갈다가 그 날로 이혼 도장 콱 찍고 도망간 뇬은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다.

 

 

전화라도 받으니 말이다.

 

 

그러나 종대는 전화 받을 뇬도 없었다.

잠적을 했는지, 아니면 이제 니 인생은 니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니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마라 ........................하고 

숫제 지난날 모든 일을 깡그리 잊기로 작정을 했는지

어제도 오늘도 여자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하기사 헤어진 남자 그리워하면 그것도 볼쌍 사납겠제.

 

 

종대는 그래도 한때는 잘 나가는 선박회사 사장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그렇고 허우대도 그렇고 매너도 그렇고  

왠만한 여잔 어머나! 너무 잘생겼다 ...............................할 정도로

꽤 괜찮은 아우였는데 

전무인가 지랄인가 하는 넘이 잘 못들어오는 바람에 

회사를 완전히 망쳤나본데  

그러다보니 나중엔 마눌까지

니하고 못살겠다하고 도망가버렸나보다.

(그러니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는 여자한테 통장 안맡긴다 하고 

이빨을 빡빡 갈았겠지) 

 

아무튼 망한건 망한거고

그래도 이를 악물고 제법 잘 버티더만

그만 너무 스트레쓰가 과했나?

갑자기 쓰러졌다는데 그게 뇌출혈이었다나 우쨌다나.

한데 너무 오묘한 곳에 핏줄이 터져서 그런걸까.

담당의사는 칼을 대는 순간 그건 곧 바로 죽음이다하고 

호스만 꽂고 생명만 유지한채 그렇게 있다는데

오늘밤은 아무래도 이 생에서 마지막일 것 같아 

그래도 종대 얼굴이나 봐야지 하고

어려운 걸음이지만 병문안을 가기로 약속을 했는데 

 

 

아이고 이 미련한 사람아! 

살면 얼마나 더 살거라고 그렇게 아둥바둥했나 

그냥, 인생 별 것 아니다.

즐길 수 있는 한 즐겨라 ...........................고 그렇게도 말했건만

사는게 그렇게도 어렵더나.

갓 50을 겨우 넘긴 나이에

지 한 몸도 못 추스리고 그렇게 쓸어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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