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석대를 가다

커피앤레인 2011. 9. 26. 19:07

 

그림/ 유 선경作

 

40447

석대를 가다

 

 

 

꽃나무를 제대로 살려면 노포동이나 석대를 가야했다.

노포동은 1호선 마지막 종점이었고 석대는 4호선을 타고

한참을 가다보면 한가한 들판에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그 근처 넓은 땅은 거의 풍산금속 소유이었다.

풍산금속은 알다시피 군수품 공장으로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총알 대부분이 이 회사 제품이었다.

 

 

해서,

뇨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남자들은 일단 군대에 갔다온 사람이라면

총알에 대하여 누구나 남다른 애증이 교차하였다.

왜냐하면 군인은 뭐니뭐니 해도 총을 잘 쏘아야하기 때문인데

6주간의 신병 교육중 가장 혹독한 기합을 피하려면 일단

사격점수를 합격하여야 하였는데

훈련병 시절엔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쉽진 않았다.

다행이 이 넘은 총 쏘는걸 무척 좋아해서 기합은 용케도 피했지만

암튼 탄피를 모아야 할 땐 한 자리서 100발 이상도 쏘아보았다.

 

 

때문에

젊은 날의 이런저런 사연 때문인지 풍산금속이라는 말만 들어도

온갖 총알들이 내 눈앞에서 어른거렸지만 

오늘은 총알 대신 꽃나무를 사러 온 탓에 

일찌감치 농수산물 센타 쪽으로 발을 돌렸는데 

가을이라 그런지 노란 국화/ 빨간 국화/ 보라색 국화가 

저마다 주인을 기다리며 한가로이 길가에 쭈그리고 앉은 채 

가을바람을 맞이 하고  있었다.

 

 

해서,

사람이나 짐승이나 꽃이 아무리 예쁘다 해도

제 주인이 없으면 외롭긴 마찬가지인갑다 하고

굳이 돈들여가며 사지 않아도 될

물 칸나며 아스타며 하와이 무궁화를 흥정하다

끝내 하와이 무궁화 두 그루만 달랑 사 들고 왔는데

어쩌면 저 놈들은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제 주인을 기다리다

그렇게 지친 채 시들어 버리는건 아닌지.

오늘따라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이 못내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이 나이에도 가을을 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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