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내 그럴줄 알았다

커피앤레인 2011. 10. 15. 10:21

 

비 새는 영화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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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럴줄 알았다

 

 

 

 

건축에서 외관은 참 중요했다.

마치 여자의 겉모습을 보는 격이라면 알맞은 비유가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미인이라도 멍청하거나 성질이 개떡 같으면

같이 사는게 얼마나 지긋지긋할까?

(그나마 밤일이라도 잘하면 예뻐보이려나?)

화려한 꿈을 안고 불과 며칠전에 개관한 영화의 전당이 곳곳에 비가 새서

엉망이라고 신문마다 대문짝만하게 글을 올렸다.

그렇잖아도 며칠전에 영화의 전당에 들렸다가 마감이 이게 모꼬 하고 한소리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비가오니 모든게 다 드러나면서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했나보다.

내 진작에 그랬지.

울나라 인간들은 뭐든지 빨리빨리 하지않으면 왠넘의 성질을 그리도 부리는지.

그건 이 넘이나 저 넘이나 다 똑 같았다.

 

 

아구할매집 여사장은 그새 또 조갑증이 났나보다.

/우찌 되어갑니꺼? 하고 전화를 때렸다.

/우찌되긴요. 잘 하고 있죠.

/마 퍼뜩 싸게싸게 하입시더.

/퍼뜩이고 싸게고 뭐 설계가 다 끝나야 하지요.

/그게 그렇게 까다롭습니꺼

/아이고 ! 미치겠네. 제발 밥 잘 먹고 잠 잘자고 술 잘 자시이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도면을 그릴 땐

천하에 없는 대통령이와도 난 안만납니다.

/우짜든지 잘 부탁합니더이.

 

 

비가오자 미용실 옆집 아짐씨가 쪼르르 달려왔다.

/저번에 방수했다면서 와 또 비가 새는데예?

/비가 새요? 가봅시다.하고

아짐씨를 따라 미용실에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천장에서 빗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아니. 이게 모꼬?

/모긴모라예 .빗방울이지예.

/누가 그걸 몰라서 물었소. 와 이넘이 이리로 기어 나오노 그말이지.

/그걸 내가 우찌 압니꺼.

전문가인 사장님이 알지예.

/일단 함 보입시더.................................하고 아래윗층을 미친년 궁뎅이 흔들듯이 다 돌아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천장에서 비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피아노 건반 두드리듯이 그렇게 두드렸다.

하긴 그 세월이 어딘데..............

6-7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는데다 목조건물에 기와를 이엇다가 다시 천막을 쳤는데 너무 낡아서 그런지 빗물은 옆집 천장을 통해 미용실 안까지 원정을 왔다.

/아이고! 이걸 우예야 좋노. 여긴 남의 집인데.

아무튼 일단 응급조치만 급히 취하고 날이들면 이집 지붕 전체를 다시 함 봅시다.하고 나왔는데

이럴경우엔 참 난감했다.내가 한 짓도 아닌데 .....................

그나저나 이 동네에서 씨할 남자라고는 내 하나 밖에 없는데 우짜겠노.

틈 나는대로 봐줘야지 하고 도면을 쳐다보다가

시간이란게 또 그런가보다.

도면그리랴/책 낼랴/남의 집 물 새는것 봐줄라 하다보니

마음만 자꾸 급하지 .........................일은 별로 진척이 없어서

출판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봐라. 이 사장. 이 달 말에 출판 기념회하려고 하는데 최종적으로 언제까지

원고 넘겨주면 되노?

/이 달 말에 출판기념회 한다고요?

/응

/아이고 ! 무립니다.

/무리라? 와? 며칠만 하면 인쇄 안끝나나?

/인쇄야 며칠만하면 되지만 그전에 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예

/그렇나? 난 원고만 넘겨주면 1주일안에 다 되는줄 알았는데................

/아이고! 사장님도 . 와 또 억지 부립니꺼?

/억지? 그렇나? 그게 억지가?

 

 

상대가 무리라는데 굳이 무리해가면서 까지 족치지는 말아야지.

까지것 시월의 마지막 밤에 출판 기념회 못하면 11월의 마지막 밤에 출판 기념회 하면되지뭐 !

뭐가 그리 급해서.....................................

하고 마음을 완전히 바꾸고 나니 이제 남은건 도면만 열심히 완성하면 되어서 그런지 갑자기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하여, 아까 그리던 평면도 하나를 다 완성하였더니 면분활만 했는데도 우찌 그리 아름다운지.........................

와! 멋있다!하고 스스로 자화자찬했다.

(원래 지 마눌하고 지 자식 자랑하면 팔푼이 사촌이라던데 내가 그 꼴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평면도 하나를 다 끝내고 나니 이미 일이 다 끝난것 보다 더 마음이 가뿐했다. 역시 난 천잰갑다. 망구 지 자랑이라 미안하지만 . 아무도 천재라 안하니 나라도해야지 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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