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드디어 전쟁이 시작되었네

커피앤레인 2011. 10. 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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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전쟁이 시작되었네

 

 

 

 

여자가 시집을 갈려면 엄청 준비할게 많았다.

사전에 드레쓰도 입어봐야하고 사진도 찍어야하고

피부 마사지도 받아야 하고

그리고 혼수품을 준비하며 틈틈이 시가댁 사람들 비위도 맞추다보면

애고!너무 골아프다...............................마 때려치워버릴까?하면서도

그날 만을 또

기다렸는데 , 그게 모두 다 우리네 인생이었다.

 

 

물론 노가다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려면 현장 답사는 기본이고

그리고 몇차례 미팅을 하면서 서서히 윤곽을 잡다

어느 날 필이 꽂히면 그제사 연필이든 플러스 펜이든 잡히는대로 

머리속에서 꿈틀대던 놈들을 기어이 끄집어 내어 

와 이쁘네 ..................해사면서 자화자찬을 했는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일단 스케취가 완성되면 또다시 집 주인과 미팅을 하며

조율을 했는데 조율이 끝나면 이제 부턴

스케일 자란 넘이 등장하면서

야! 니 엉덩이는 우찌 그리 크노?

문둥아! 니 일이나 잘해라 ! 해사면서

천장 /바닥/벽/창문/출입구/화장실/주방/큰방/작은방 ................들이

서로 삿대질을 하면서

야! 니 방은 와그리 크노? 언넘은 자식이고 언넘은 데리고 왔나?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말인데 내 궁뎅이는 하나뿐인데 

니 궁뎅이는 세개가  ? 모이리 공간이 넓노?하며

저거끼리 치고받고 했다.

 

해서, 미운 넘 떡 하나 더 준다고

마!마! 고만 싸워라 . 내가 알아서 다 조정해줄게 ..........하고는

지우개를 몇번 이리저리 왔다리 갔다리 하면

또 딴데서 볼멘 소리를 했다.

 

 

설비는 설비대로 전기는 전기대로 ...............

이건 모꼬? 모가 또 이리 복잡하노?

그나저나 내 자리는 오덴데예 ?

니가 누고? 에어콘 아입니꺼?

에어콘?

가만 있어봐라. 이걸 천장에다 콱 붙여버려? 아이지. 돈이 너무 많이 들잖아.

그라믄 저쪽 구석에다 붙일까?  그래 , 이쪽 구석에다 붙이자.

 

사장님예! 나는 모 데리고 온 자슥입니꺼?

니는 또 누고?

지 아무리 저것들이 지랄을 해도 내가 안들어가면

말짱 황이라예!

아 ! 니가 그 골치아픈 자재란 놈이구나.

나는 니만 보면 머리가 찌끗찌끗하다.

사장님은 와 나만 보면 그리 미워 합니꺼?

미워 하는게 아니라 너무 좋은걸 쓸려니

돈이 모자라고 그렇다고 아무거나 쓸려고 하니

존심이 허락지 않고 ..........................

그래서 골아프다 아이가.

 

 

아이고! 사장님도 뭘 모르시네.

사장님은 미인이 오데 따로 있는줄 압니꺼?

그게 따로 있는 것 아이가?

사장님도 참으로 맹하시네. 그게 다 화장발이라예.화장발!

피부에 촉촉히 스며 들어야 이뻐보인다 안합디까?

그럴려면 영양 크림 한개 값만도 얼마인줄이나 압니꺼?

그렇다고 뇨자가 우찌 영양크림 하나만 달랑 바르고  다닐 수 있겠습니꺼?

기초화장도 해야하고 색조화장도 해야하고 고급 향수도 살짝 뿌려야 하는데

거기에 비하면 난 정말 새 발에 피입니더.

전 정말 억울해예!

마! 알았다. 누가 모라했나? 그게 그렇다는거지.

 

 

요며칠,

마산에서 진주/진주에서 부산/그리고 다시 마산으로 내려갔다가 전주/전주에서

함양/함양에서 부산으로 왔다가 / 그리고 또 다시 부산에서 마산/마산에서 부산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또 마산으로 내려갔다.

이제 미팅도 거의 끝나고 도면대로 모든게 또 가능한지 아닌지 알아보고

마침내 자연석이 반입되었는데 

새벽에 마산에 내려갔다가  오후엔 부산에서 고건축 전문가인 도목수와 철공사 사장과 함께 프레임에 대한 미팅을 하며 공사일정과 공법에 대한 사전 조율을 거친 뒤 저녁엔 가을 비가 부실부실 오는데도 

한옥 담장만 오래 쌓은 나이 많은 석공부부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좋은 작품이 되도록 잘 부탁합니다..........하고 인사를 꾸벅하고

술이 조금 알딸딸 했는지 언 뇨자와 어울려 2차로 소주방을 갔는데

 

.

드디어 전쟁이 시작되려나보다.

오늘 저녁부턴 마산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작업을 진두지휘 해야하는데

짐보따리를 챙기다 문득 금붕어 생각이 나 물끄럼이 항아리를 들여다 봤더니

요놈들도 주인을 알아보는가 보다.

갑자기 움직임이 빨라지더니 저거끼리 바쁘게 왔다리 갔다리 하며

입을 쩍쩍 벌렸다.

그새 며칠 집을 비웠더니 와? 밥 안줍니꺼? 하는걸까.

암튼 전주 한옥마을 고신당 설계를 잠시 뒤로 미루고

밥을 던져 주었더니 이 넘들이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한입에 냉큼 다 삼켜버렸다.

(애고! 내 가고 나면 저놈들 밥은 누가 주노?

그래서 사람들은 개나 소나 다 지여자를 델고 사는가보다)

 

 

한데, 이 세상엔 모든게 다 임대가 되는데 

와 뇨자는 임대가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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