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선경作/푸른 화병
역시 내가 움직여야 하나보다
인테리어 도면을 막 끝내고 돌아서려는데
누군가 전화를 때렸다.
/접니다
/우짠일입니까?
/제주도 갔다 부산 왔다 아닙니까?
/그래요?
/저녁이나 같이 할까예
/저녁?
/정교수하고 오화백도 같이 데리고 오이소
석공은 여전히 몽돌을 구하지 못했나보다.
하루종일 전혀 연락을 하지 않았다.
해서 성질 급한 넘이 먼저 우물 판다고
이 넘이 먼저 전화를 때렸다.
/성씨요?
/어딥니까?
/부산입니다.
/아! 사장님 몽돌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네예
/그래요? 그럼 내가 함 구해볼게요
/정말 입니까?
언젠가 일광해수욕장 근처 이회장 별장을 가다
화원 한 구석에 몽돌을 가득히 쌓아두었던걸 기억하고
이사장에게 전화를 때렸다.
/어이 이사장!전에 보니 너거 땅에 몽돌을 엄청 쌓아두었던데
그거 안팔건가?
/팔겠죠 뭐 . 근데 그것 비쌀건데여
/얼마하는지 함 알아봐라
잠시후 전화가 걸려왔다.
/톤에 5만원 이라는데요
/5만원. 알았다 . 암튼 내가 다 살테니 그것 잘 갖고 있어라 해라.
석공에게 또 전화를 걸었다.
/돌은 준비되었으니까 이제 작업할 준비 합시다.
/알았습니다. 그나저나 물량을 대충으로라도 뽑을려면 도면이 있어야 하는데요
/도면은 완성 다 되었으니 내일 내가 진주로 내려갈게요
/기다리겠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비가왔지만 철거하는 인부들은
계속해서 작업을 했다. 철거오야지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장님 한번 안 내려오십니까.
/내일 진주 갔다가 마산 들릴게요
/알았습니다. 가급적 좀 일찍 오이소이
/알았습니다.
오늘은 하루죙일 전화통에 불이 났다.
사람은 역시 일을 해야 사람 사는 맛이 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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