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뒷풀이

커피앤레인 2011. 11. 20. 02:49

 

그림/ 김 충순作

 

40469

뒷풀이

 

 

 

 

누군가 오바이트를 했나보다.

하지만 버스는 아랑곳없이 달렸다.

겨우 차가 머문 곳은 함안 휴게소였다.

시계는 이미 새벽 한시를 훨 넘겼다.

일꾼들의 피로가 심해 하루 숨고르기를 하는 사이

나는 또 전주를 갔다.

고신당 부부는 엄청 기다렸는지 보자마자 밉다며 눈을 홀겼다.

전화가 않되니 얼마나 답답해요? 하고 항의 아닌 항의를 했고

나는 또 능청스럽게 웃었다.

 

간밤엔 왠 비가 그리도 많이 오는지 ..........................

3.15아트 센터를 가득 메운 청중들은 열렬한 박수로 이 수인 선생을 맞이했다.

선생은 여전히 건장했고

1부는 이 수인 선생의 작품으로 판을 꾸몄지만 2부는 주옥같은 아리아로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피날레는 청중과 게스트들이 함께 어우러져 고향의 노래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마침내 불이 환하게 비추자 나는 선생을 찾아 인사를 했다.

선생을 뵙기는 이게 처음이었다.

뒷풀이는 천여사가 운영하는 성미(成味)에서 한다고 했다.

난 선생을 위하여 오동동에서 제일 맛있다는 코아에서 케익을 특별 주문했다.

그리고 오동동 꽃집에 있는 국화꽃은 제다 사버렸다.

비오는 늦가을 밤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을  생각하며

난 분주히 현장과 빵집과 꽃 집을 오갔다.

그런 탓일까? 여기가 내 텃밭인 부산인지 마산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았다.

천여사는 이 수인을 선생을 위하여 이 넘이 국화꽃과 케익을 준비했다고

한바탕 떠들었다.

여자란 .....................................

천여사의 소개가 끝나자 선생은 고맙다며 정중히 인사를 했다. 나는 그런 선생을 위하여 고향의 노래로 화답했다.

 

물론 모인 면면들이 대부분 가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노래를 꽤 잘했다. 어느듯 여흥이 무르익자 누군가 목소리가 좋다며 한 곡 더 불러 보라고 했다.

난 아무런 주저함 없이 이 정옥의 숨어우는 바람소리를 불러제꼈다.

하긴 그저께 밤에도 난 노래를 불렀다. 백합 라이온스 클럽 20주년 기념식이라 하여 그곳에서도 한곡 열창을 했는데 누군가  어쭈구리............... 하고 사람을 놀렸다.

하기사 그 알량한(?) 밴드도 무시한체 육성으로 울어라 열풍아 ...............를 

불러 제꼈으니  우찌 총(?)을 안맞을까.

 

 

하지만 노래는 노래고 일은 일이니까 아침부터 전화소리가 요란했다.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자 긴장을 한 탓인지 마침내 입술이 부르텄다.

그래도 난 여전히 즐거웠고 망중한을 즐기듯 시골길을 또 달렸다.

문틀이 들어오면서 현장은 비로소 생기로 가득했다.

조금씩 조금씩 제 모습을 찾자  어떤 작품이 나올지 다들 궁금한가 보다.

자주 기웃기웃 했다.

이번주엔 드디어 기와가 올라갈건데 .................. 그 때쯤이면  모든게

제자리를 찾을게 뻔했다.

 

 

한차례 버스를 놓쳤지만

부산으로 떠나는 마지막 우등버스는 정확히 밤 10시 30분에 떠났다.

난 잠시 버스 안에서 눈을 붙이고 난 뒤 또 새벽 첫차를 타고 마산으로 가야했다.

물론 울나라는 의외로 교통이 편리한 나라였다 하지만 전주에서 마산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5시 30분이면 더 이상 어떤 운행도 하지 않았다.

 

 

 

 

 

 

 

 

 

'아침에 쓰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품이 따로없네  (0) 2011.11.27
오지기와를 올리고 나니   (0) 2011.11.25
새벽 목욕탕  (0) 2011.11.12
이수인 가곡의 밤  (0) 2011.11.09
사는게 재밌네  (0) 2011.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