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왠청승

커피앤레인 2012. 12. 22. 13:55

 

 

40518

왠청승

 

 

 

윗쪽엔 눈이 온다는데 여긴 왠 겨울비가 이리도 잦는지?

마산행 시외버스는 10분 간격으로 떠났다.

성미예술촌은 12월27일 밤에 작은 음악회를 열기로 했기 때문에

그 전에 완성된 프로그램을 다 갖다주어야 했다.

물론 모든 디자인은 내가 직접했다.

표지 그림도 내가 그렸고 글씨도 이 넘이 직접  쓴 탓인지

 내가 봐도 꽤 세련되고 예뻐보였다.

데 비가오니 우산도 들어야하고 가방도 들어야 하는데

거기다 누군가에게 주기로 한 그림 한 점도 같이 가져가려고 하니

꽤나 번거로웠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냥 택배로 보내지 그걸 뭘들고 가느냐고 누가 핀잔을 했다.

그래도 내가 직접 전달해야 필이 안 와닿겠오....?하고 강변했더니

청승도! 청승도! .....................그만하면 기네스 북 감이란다.

하긴, 그녀 말도 옳은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그녀가 무식하다는 증거였다.

작가는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 작품에 대한 애착이 대단히 강하다는걸

그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대통령선거가 벌써 끝났지만 여진은 아직도 많이 남았나보다.

누군 이겼다고 춤을 췄고 누군 분하다고 술을 연방 들이키며

씨발씨발(?)하고 욕을 했다.

난 이미 한달여 전에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고 블로그에 올렸는데

 내 말을 믿는 놈은 한놈도 없었다.

하기사, 연작이 어찌 봉황의 그 깊은 뜻을 알까?

하지만 하나님은 단 한번도 내게 거짓말 하지 않았다.

사실 교회가 너무 엉터리여서 세상의 빛이 못되어서 그게 탈이지 .................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너무 정확했고 진실했다.

누군가 죽는다 하면 죽었고 누군가 성공한다 하면 반드시 성공했다.

그렇지만 하나님이 늘 응답하는건 아니었다.

그건 선지자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명심이 자기 암자에 오는 신도들을 데리고 잠시 성미에 들렸나보다.

나는 그녀의 제부를 잘 알았다.

국제신문 논설위원이었는데 상당히 젠틀하고 사리에 밝은 친구였다.

해서 난 그를 참 좋아했다.

자명심은 올만에 만난 탓도 있겠지만 부산이 아닌 마산에서 다시 만나니

무척 반가운가 보다.

포옹을 하자말자 우린 한동안 법문(?)을 씨부렁했는데

앞에 앉은 부부가 법문(?)이 따로 없다.이게 법문이네.............해사면서

연신 귀를 쫑긋했다.

내 얘기는 기독교 불교 사주 팔자를 넘어서 두사람의 심리까지

왔다리 갔다리 하자 앞에 앉은 부인이 그랬다.

선생님은 어찌 우리 옆집에 사는 사람보다 더 우리를 

꿰뚫어 봅니까? 하고 신기한듯이 물었다.

내가 그랬다.

사람이 살다보면 천리가 훤이 보일 때가 있다고 ....................

 

 

난 비록 부산이라는 조그마한 도시 한쪽 구석에 앉아 있지만

마눌은 몬 생각을 하고 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꿰뚫고 있었다 ........................(다만 내가 표현을 안했을뿐이지)

여자가 말했다.

선생님! 차라리 자리를 까는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해서, 내가 말했다.

자리(?)

내가 꼴랑 그런 푼 돈 벌려고 자리를 깔아요?

 

 

역시 그릇이 너무 크면 사람들 눈엔 그게 잘 안보이나보다.

하기사 뭐 눈엔 뭐 밖에 안보인다더니 

돈 밖에 모르는 인간들에겐  돈이 곧 사람이고 가치이겠지.

 

하지만 난 언제나  예수님 말씀이 기억에 새록새록했다.

 여자야 ! 왜 우느냐? 하시는 말씀이. 

해서 나도 예수님 처럼 우는 자의 친구가 되고

 마음이 아픈 자의 벗이 되고자 했는데

어제도 어느 낯 모르는 여자가 너무 억울하다며 하도 섧게 울길래

조금이라도 마음을 가라 앉힌 뒤 집에 가시는게 좋겠다며 

오지랖도 넓게 역부러 커피빈에 가서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사 주었더니

하는 말이 아저씨! 참 이상한 사람이란다.

 

이상한 사람(?)

하기사 성철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그냥 그랬겠나 ?

역시 난 청승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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