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 시멘트 파동이 일어나자 간밤에 실어놓은 시멘트가 깜쪽같이 사라져버렸다.
하긴 자고나면 시멘트 한차에 10만원이라는 거금이 날개 달듯이 올라갔으니 우찌 도둑이 이때를 놓치랴.
10여년을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다가 인테리어 라이프 사이클이 너무 짧은데 실망한 나머지 반영구적인 건축 쪽으로 눈을 돌리던 참이었는데 마침 지인을 통해 공사수주가 들어와 처음으로 건축이라는 노가다 밥을 먹어보았다.
태진아의 노랫말처럼 사랑은 아무나 하나 하듯이 건축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건축에 비하면 인테리어는 양반이었다.
웬만큼 선이 삐뚤어져도 다음 사람들이 할 거라며 대충대충 넘어가는데 기가 막혔다.
노가다 근성이란게 있어서 콩이야 팥이야해도 그 근성은 쉽사리 뜯어 고쳐지질 않았다.
거기다 인테리어하듯이 세밀하면서 미학적으로 접근하려니 돈이 돈이 아니었다.
주어진 공사비는 빤한데 잘 지으려는 욕심은 끝이 없으니 그게 신출래기의 겁 모르는 만용이었던가보다.
변색벽돌도 보통 업자는 전면과 측면 한면만 치장을 했는데 사면을 모두 다 치장을 하게 지시했으니 그 벽돌값이며 품삯이 얼마랴.
시체말로 무식하면 용감하다하더니 내가 그 꼴이었다.
거기다 합판문이 꼴 보기 싫어서 알마시카 원목으로 프레쉬도아를 짜고 홍송 문살문에 복 2층은 동파이프로 난간대 멋을 내었으니 집주인 말대로 귀인이 도울 운이라더니 진짜 귀인이 도운건지 정산을 하고 나니 자그만치 2천만원이 적자였다.
우찌 이런일이 .............................................
결혼 후 아들을 못낳아서 안달이던 집주인 아내가 집을 짓고난 뒤 재수가 들었는지 득남을 하였다고 베시시 웃었다.
15-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집 앞을 지나칠 때면 잠시 차를 멈추고 그 집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마도 나의 첫 작품이기 때문에 갖는 애정이 남달라서 그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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