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M 어린이 영어학원
집 짓는 이야기 12
11/ 궤테의 詩 한구절을 보낸 이유는 ,,,,,,,,,,,,
디자인이 잼있는 것은 상대와 끝없는 교감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었다.
해서 일을 하다보면 종종 묘한 인연들이 생겼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게 사랑에 미친건지 일에 미친건지 모호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에 대한 애정이 깊다보니 그런거지 실제로 사랑을 하거나
부적절한 어떤 관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때문에 사랑을 할려면 차라리 일을 포기하는게 훨 수월했다.
그래서 우스개 소리로 하나님 여복을 주지 마옵시고 돈 복을 주옵소서 했지만
좀처럼 돈복은 오지 않았다.
누군가 돈을 안줘도 온동네가 그렇게 시끄러운데 돈 까지 줘놓으면 하나님도 골치가 아파 감당이 불감당이라고 야지를 놓았다.
어린이 영어학원 L&M의 원장은 40대 초반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향수를 무척 좋아했다.
그녀의 향은 무척 독특했다.
여지껏 내가 맡은 향 가운데는 젤 싱그럽고 깊은 맛이 있었다.
그래서그런지 희안하게도 길을 걷다가도 그와 비슷한 향을 맡으면 나는 종종 그 여인을 생각했다.
지금은 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여잔 어느날 서점에 들려 책을 샀다며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했다.
책 제목은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현대디자인의 동향에 관한 일종의 이론서였다.
여자는 책장 첫페이지에
Living is knowing how to love,
Loving is knowing how to live라는 글귀를 남겼다.
여잔 얼마전까지만 해도 학원선생으로 일한 모양이었다.
아이들도 크고 나이도 들만큼 들어서 그런지 여잔 독립하기로 결심을 한 모양이었다.
여잔 어느날 기회를잡아 내가 맡은 공사현장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학원을 오픈하고 싶은데 디자인을 해 줄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마도 학원 규모가 너무 작다보니 저로서는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일이란 크고 작은게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건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이 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가능하다면 인테리어 공사를 좀 맡아 주었으면 했는데 여잔 사업을 처음 벌려서 그런지 여러가지 걱정이 많은것 같았다.
물론 원한다면 기꺼이 맡아주겠지만 가급적이면 리모델링을 하는게 한푼이라도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가르쳐주었더니 대뜸 저녁을 사고 싶다고 했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구름속의 천국은 너무 이른시각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더 한산했다.
낯선 여자와 단둘이서 저녁을 먹는건 언제나 반복해도 참 어색했다.
특히 미인과 밥을 먹을땐 못 생긴 여자와 밥을 먹는 것보다 더 신경이 곤두섰다.
그나마 못 생긴 여자들은 대부분 밥을 맛있게 먹기 때문에 밥을 같이 먹어도 맛이 있었지만 미인들은 대체로 밥보다 외모에 더 신경을 썼다.
암튼 여잔 밥을 먹으면서 여러가지 얘기를 들려주었다.
여잔 서울태생인지 부산지리에 무척 어두운 것 같았다.
비교적 키가 작은 편에 속했는데 그에비해 센스가 상당히 뛰어났다.
공사를 하는 틈틈이 우린 자주 저녁을 먹으며 더 많은 얘기들을 나누었지만 학원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더 작았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서 영어만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이다보니 꽤 알차보였다.
공간이래야 메인 홀을 제외하고는 교실이 고작 2개밖에 없었기 때문에 왠만한 작업은 현장에서 다 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구만은 외주 발주를 주기로 했다.
가구는 아무래도 현장에서 짜는 것보다는 외주를 주는게 훨 깔끔할 것 같았다.
황사장은 이 방면에 오래동안 일을 해서 그런지 디자인을 건네주자 거의 나무랄데 없이 가구를 만들어 왔다.
실내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깔금하되 포근한 느낌이 들도록 애를 썼다.
특히 어린애를 보내는 엄마들이 먼저 마음이 동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이국적인 맛을 나도록 했다.
메인칼러는 화이트 베이지였지만 문은 레드 오렌지와 다크 블루를 적절히 배합을 했다.
세가지 색이 절묘하게 겹치자 실내가 한결 심플하면서 화려했다.
어쩌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겐 밝고 화려한 색갈이 더 인성교육에 좋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곳은 아무래도 원장실이었다.
원장실은 업무공간이기도하지만 때론 휴식공간이기도 하였다.
해서 가급적이면 그녀의 취향에 맞게끔 깔끔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쪽으로 택했다.
원장실로 들어가는 문은 바둑무늬를 잘게 나누어 고급스러워 보이도록 스모그유리로 면처리를 했다.
문고리는 흰색과 잘 어울리도록 황동색으로 처리했는데 생각보다 더 아름다웠다.
3주간의 공사가 잘 마무리되자 원장은 무척 만족한 표정이었다.
해서 디자인이 독특한 추가 달린 벽시계를 하나 선물했더니 원장은 어린애처럼 좋아라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이 참 재미있는것은
상대와 끊임없이 감정의 교류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건 마치 카운테스 마라가 단 한사람을 위하여 넥타이를 만든 것과 같았다.
암튼 공사는 끝났고 학원은 성공리에 오픈을 했지만 우린 또 남남이 되어 시간은 또 그렇게 흘러갔다.
여잔 그해 겨울이 다 가기전에 일부러 백화점에 드른 모양이었다.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기위하여 무려 한시간여 동안이나 고민하면서 넥타이를 골랐다고 하였다.
여자가 고른 넥타이는 다크 블루에 대각선으로 두서너가지 색갈이 어울러진 잔잔한 사각무늬가 있는 근래 보기드문 아름다운 디자인이었다.
여잔 넥타이와 함께 지난 한해 너무 고마웠다며 예쁜 카드를 보냈다.
거기엔 괴테의 詩 한구절이 달랑 적혀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한 하늘아래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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