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사람

13/ 블루가 아름답다

커피앤레인 2007. 12. 15. 12:58

 부산시 금정구 금정문화화관 입구 피쉬뱅크

 

 

집 짓는 이야기 13

블루가 아름답다

 

 

 

 

 

 

디자인에서 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했다.

컬러는 여자의 마지막 화장과 같았다.

때문에 각자 취향에 따라 컬러선택의 폭이나 고집이 유달랐는데

건축가중에 어떤이들은 한평생 화이트만 고집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개 고급빌라나 레스토랑에 가면 컬러가 그 집의 품격을 좌우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큰 집이라도 컬러 선택한 걸 보면 그 집주인의 취향은 물론이거니와

미적수준도 가늠이 되었다.

어느날 부산에서도 제일 비싸다는 해운대 모 아파트에 갔더니

이건 무슨 공장을 지으려고 그랬는지 아니면  무슨 회의실을 꾸미려고 그랬는지

80평에 가까운 큰 평수인데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늬목 밖에 없었다.

아마 그 정도 평수면 대개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목에 힘을 좀 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일부러 무게를 줄려고 그렇게 한 모양이었지만 그게 도리어 화를 자초한 것 같았다.

무늬목은 기본적으로 원목을 사용할 수 없는 곳에 원목같은 맛을 내기위하여 만든 소재였다.

요즘은 그게 크게 발달하여 아예 시트지까지 등장하였는데 그러다보니 너도나도 시트지를 발라 깜족같이  원목행세를 했다.

하지만 적어도 한세대당 60평이상 80평정도의 고급 아파트를 짓는 회사라면 누가 디자인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디자인이나 소재를 도배하듯이 상당부분 사용한다는 건 양식의 문제에 속했다.

불과 삼 -사년전만 해도 부산에서 그게 젤 비싼 아파트였는데 들리는 말로는 평당 천 몇백만원 이상 홋가하였다고 하였다.

원래 무늬목이나 무늬목 시트지는 합판이나 석고보드위에 바르는 것인데 명색이 부산 최고의 아파트가

이걸 디자인이라하고 내 놓는다면 창피한 일이었다.

최소한 60평에서 80평정도의 아파트면 소재가 더 고급이어야하고 면분활도  더 많은 연구를 할 필요가 있었다.

암튼 그 아파트는 이름만 요란했지 속은 그 이름값 반도 못했는데

최부장은 벽걸이용 수족관을 그 집에 달아달라는 오더를 받았다며 디자인을 잠시 봐 주었으면 하고 전화를 했다.

해서 그를 따라 예의 그 아파트에 가게 되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가죽쇼파 하나만도 2천만원이 훨넘는 이태리제 도무스가 놓여있었다.

물론 수천만원하는 홈시어트도 갖추어져 있었는데

일단 벽걸이 수족관을 걸기 위하여 위치를 확인하러왔으니 그거나 찾아보자하고 벽을 이리저리 훑어봤더니 거실 한 중앙에 벽난로를 설치한게 눈에 확 들어왔다.

해서 가까이 가 보았더니 완전히 이미테이션이었다.

전기 콘센트만 꽂으면 불꽃 시늉을 내는 그런 제품이었다.

그걸 또 명색이 벽난로이랍시고 합판으로 감싼다음 마치 벽난로 흉내를 내듯이 전돌까지 붙여두었다.

순간 하마트면 윽 ,,,,,,,,,,,하고 돌아가실뻔했는데

실제로 벽 난로 치장을 할려면 오리지날 청동으로 만들어도 적게는 3백만원에서 1천만원 정도면 훌륭히 설치를 할 수있는데 왜 이렇게 하였는지 정말 가관이었다.

암튼 그 집 주인은 그것도 모르고 울나라 최고 기업이 만든 아파인데다가 부산에서도 젤 돈많기로 소문난 해운대에서 이름난 아파트에 산다고 자랑이 대단했겠지만 디자인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미안하게도 가짜였다.

그나마 이름깨나 있는 고급 한정식 집도 체통을  지키려고 그렇게는 안하는데 하물며 최고급 일류 아파트라는게 온통 무늬목과 모조품 투성이라니,,,,,,,,,,,,,,,,,,,,,,,,,,,,,,,,,,,,,,

최부장은 펌프회사에서 오래동안 근무를 한 중년 사내였다.

그도  이제 40줄이 훨 넘어서자  남의 회사에 더 이상 오래 있어봐야 별 미래가 없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사표를 쓰고 개인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그게 벽걸이용 수족관인 피쉬뱅크였다.

고기에 대하여 전혀 문외한이었던 최부장이 여기에 뛰어든 것은  앞으로 이런 사업이 뜨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쇼룸겸 부산지사 사무실을 겸하여 쓸수 있도록 디자인을 의뢰했는데

약속한 날짜에 그가 사두었다는 현장을 함께 둘러보았더니 주변 상황이 생각보다 덜 번화했다. 

 하지만 경부 고속도로가 시작되는 바로 큰 대로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잘만 하면 광고 효과가 단박에 날수 있는 그런 가능성도 전혀 무시못해 손을 댔는데 그게 블루였다.

전체 컨샙이야 아무래도 벽걸이용이니까 아파트 수요를 노려서 아파트 거실을 그대로 떼어놓은 것처럼 꾸몄지만 컬러만은 매인컬러로  블루로 치장하였다.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차를 타고 가면서도 얼른 눈에 띄었는지 여자들이 꽤나 많이 찾아 왔다고 하였다.

원래 블루는 사람을 끄는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레드처럼 화려하거나 확 달아오르지도 않고 옐로우처럼 거부감을 줄만큼 통통 튀지도 않았지만

때론 차가운듯 하면서도 이지적이고 이지적인가 하면 사람을 또 끄는 그런 묘한 신비감이 있었다.

해서 매인 컬러를 블루로 과감하게 승부수로 던졌는데 그게 제대로 맞아 떨어진 모양이었다.

그나 저나 이 어려운 시기에 장사가 잘 되야할낀데 ,,,,,,,,,,,,,,,,,우찌 사는지 모르겠네.

나중에 전화나 함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