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사람

15/ 작은게 더 아름답다

커피앤레인 2007. 12. 20. 15:22

 

집 짓는 이야기 15

작은게 더 아름답다.

 

 

 

토성동에서 초장동 성당을 지나면 좁은 골목길이 나왔다.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길이었는데 6.25 사변때 부터 터를 잡아서 그런지

집들이 다 고만고만했다.

만에 하나  불이라도 나는 날이면 소방차 진입이 원활치 못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거기에 소방도로가 났다.

소방도로는 지적도 상에만 그려져 있었지 실제로는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거긴 그래도 용케도 소방도로가 난 모양이었다.

보수동 상가주택이 거의 끝날 즈음이라 별 다른 계획이 아직 잡혀있지 않았는데 그 틈을 이용해서

울 삼실에 근무하는 아가씨가 자기 집을 고치고 싶은데 하고 은근히 운을 땠다.

하지만 같은 삼실 식구 집은 잘 해봐야 본전이기 때문에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았다.

우선 돈도 돈이지만 신경도 배나 쓰여 가급적이면 안하는게 득인데

그나마 부탁을 하니 그래도 내하고 십여년을 한솥밥을 먹었는데 딱히 거절할 수도 없고해서

몇평이나 되느냐하고 물었더니 겨우 12-3평 된다고 하였다.

아마 십수년전에 자기 엄마가 미장원을 경영하면서 목돈이 조금 모이자 인근에 작은 하꼬방을 하나 사 두었던 모양이었다.

해서 인사도 할겸 현장을 함 둘러나 보자 하고 갔더니 그야말로  60년대 집 그대로 였다.

구조도 그렇고 부엌 생김새도 그렇고 집 자체가 5-60년대 딱 그대로 였다.

예전에는 그나마 월세를 주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사람이 나가자 울 아가씨가 시집갈 때 까지 그 집에 들어가 살려니

아무래도 수리라도 좀하고 들어가야할 체면이 쓸 모양이었다.

해서 수리를 할려고 엄두를 낸 모양인데 불행히도 어느 벽 하나도 온전한게 없었다.

하기사 지은지 5-60년이 넘었으니 6인치인지 8인치인지 브로크가 몬 힘이 있을꺼고 ..

시멘트는 시멘트대로 접착력이 완전히 고갈된 상태고 모래는 모래대로 버석버석했다.

한데 방바닥을 들어내려면 벽이 허물어질 것 같아 도무지 그 상태로는 수리가 불가능했다.

해서 시간과 돈이 들드라도 아예 새집을 짓듯이 하라고

도목수를 투입했더니 김목수는 철거를 하면서도

조그마한 것 한테 뭐 물린다고 꽤나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암튼 서포터로 지붕을 받친다음 한 벽을 헐면 새 벽을 쌓고

다시 한 벽을 헐면 새 벽을 쌓는 식으로 하다보니 공기가 엄청 늘어났다.

하지만 울 삼실에 근무하는 디자이너 집이기도하고

또 하는 김에 제대로 해 주고싶어 그렇게 하였더니 

어느새 민원이 들어간 모양인지 동사무소 담당자가 둘러보더니

이건 숫제 건축을 새로 하는 것이라며 공사를 중지 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가버렸다고 하였다.

 

 

해서 도목수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올라갔더니

 울 아가씨 엄마는 가슴이 두근거려서 도무지 서 있질 못하겠다고 하며 걱정을 태산 같이 했다.

잘 못하다간 집도 못고치고 벌금만 딥다 두드려 맞는게 아닙니꺼 해사면서 

우야믄 좋습니까 하고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

하기사 동사무소 담당자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안하면 아예 집 수리자체가 불가능한데 어이하랴.....

해서 별 능력은 없지만 일단 동 사무소 직원하고 동장을 좀 만나봐야겠다고 하고 내려 갔더니

담당자만 있고 동장은 어딜 갔는지 마침 자리에 없었다.

담당자는 이 넘을 보자마자 다짜고짜로 이건 신축과 같은 것이라면서

당장 공사중지를 하라고 겁을 주었다.

그라믄 어쩐다? ,,,,담당자가 불법이라니 그 말에 따를 수 밖에.

암튼 공사는 여기서 중지 할테니 낼 동장을 만날 시간을 좀 잡아달라고 부탁을 하고는

현장으로 돌아왔더니 울 아가씨 엄마는 걱정스런 눈으로 우예되었습니꺼 하고 또 물었다.

아무래도 일단 며칠간 공사 중지를 해야 겠습니다 . 너무 걱정마이소

낼 동장을 만나기로 했으니 일단 좀 기다려 보입시더하고 안심을 시킨다음

일꾼들을 철수시켰더니 요 넘들은 일찍 가는게  좋았던지 패 낳게 달아나버렸다.

그나저나 이걸 우예야하노 하고 혼자 머리를 싸매다가

구청에 근무하는 후배에게 전화를 해서 자초자종 설명을 했더니

지가 낼 아침에 동장에게 전화를 한통 해줄테니 이야기를 잘 해보라고 하였다.

사실 건축법상 담당자 말은 옳은 말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또 그렇지만은 않았다.

해서 구청에 있는 후배에게 부탁을 한건데 다음날 정말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동장은 건축업자들 하고는 좀처럼 이런 자리를 안하는데

사장님이 그런 분이 아니라해서 나왔다며 약간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하지만 담당자와 함께 셋이서 점심을 같이 들면서

 건축에서 생기는 일이며 서민들의 아픔을 얘기했더니 

지도 이게 돈을 벌려고 그러는게 아니라는 것쯤은 이해가 되는 모양이었다.

해서 내친김에 건축법상으로는 불법이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이런식으로라도 고치지 않으면 않되기 때문에

이런 공법을 택했는데

조그마하지만 아름다운 집 한채를 그 동네에 작품으로 남기고 싶다고 하였더니

무슨 말 끝에 큰 감동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사장님은 건축업자가 아니라 대학교수 같다면서

자기가 전적으로 도와줄테니 수리를 잘 끝내라며  오히려 맥주를 한잔 더 권했다.

해서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그날따라 푸른 바다가 더 푸르게 보였다.

일단 원군을 얻은 이상 

 원래 컨샙대로 방 2개에 부엌겸 거실과 화장실과 보일러실을 만들고

거기에 다락까지 만든다음 외부 치장은 화이트 매직스톤으로 꾸몄더니

작지만 아담한 별장처럼 앙증맞았다. 

원래 집수리를 하면 지붕을 교체하는 것이 제일 까다롭고 말도 많은데 

이 참에 바꿔주지 않으면 안될 것같아 

하는 김에 스레트 지붕을 홀라당 다 걷어내고 0.4부 한판으로 틀을 만든다음 그 위에다

최신 단열재인 호주산 시트를 깐 다음 적갈색 아스팔트 슁글을 덮었더니

그야말로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전혀 춥지도 않았다.

이왕하는 것 방범용고시 역시 시중에 나온걸 쓸게 아니라 

실용성도 겸하고 뽄도 지길겸 디자인을 해서 제작을 해오라고 하였더니 집이 한결 돋보였다.

해서 그런지 매일아침  그 집앞을 지나는 초등학교 꼬마 아이들이

 공주가 사는 언덕위에 하얀집이라고별명을 붙여 주었다는데 ,,,,,,,,,,,,,,,,,,,,,

 

 

암튼 공사를 별 탈없이 다 끝내고 나니까 

울 아가씨 엄마가  사장님이 너무 애를 써주어 고맙다면서

고기를 구웠다며 술을 한잔 권하는 바람에

그날밤 만은 기분도 좋고 집도 내 맘에 들어 

그나마 양껏 마셔도 될 것 같아  기분좋게 한잔 마셨더니

와!너거 사장 몬 술이 그리 세노 ..... 해사면서

술이 취하니까 전혀 다른 사람같더라니 ,,,,,,

너무 잼 있어 웃어 죽을 뻔 했다나 우쨌다나 .......

(내참,,,,  먹으라 할 땐 언제고 돌아서서 딴 말 하긴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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