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사람

14/ 웬 휫바람소리

커피앤레인 2007. 12. 17. 12:53

 

 

집짓는 이야기 14

 

웬 휫바람소리

 

 

 

처음 차를 사면서 운전이 익숙할 때 까지 중고차를 한대 살까하다가

아무래도 남이 타던 차라서 좀 꺼림칙했다.

그러던차 마침 신차가 나왔다면서  자동차 딜러가 씨에로를 권하는바람에 일단 계약금 10만원을 주고 그 차를 구매하기로 했다. 

한데 당시만 해도 초보 운전자이기때문에 다른건 설명을 들어봐야 잘 모르기 때문에

차를 사면서  제일 많이 고려한게 컬러였다.

실버는 아내가 싫다했고 블랙은 내가 싫었다.

레드는 화려한건 좋은데 나이에 비해 품위에 안어울리는 것 같아 결국 내린 결론이 화이트였다.

화이트를 선택한 배경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일단 깔끔해서 좋았고 그 다음이 밤에도 눈에 잘 띄어서 좋았다.

특히 운전이 서툴기 때문에 밤엔 아무래도 눈에 잘 띄는 색갈이 유리할 것 같았다. 

해서 화이트를 선택했는데 사자마자 얼마나 돌아다녔던지 3년간에 무려 16만 km를 달렸다.

그러다보니 차도 할 짓이 아닌 모양인지 어느해 정초에 오색 약수터 그랜드 호텔 주차장에서 내 몰라라하고 주저 앉아 버렸다.

해서 급히 부속을 바꾸고 정비를 한 다음 부산으로 내려와  레간쟈로  바꾸어 버렸는데 1년간은 광고카피 그대로 소리가 참 정숙했다.

그때도 컬러는 역시 화이트였다.

 

 

해운대에서 달맞이 고개를 지나 송정 해수욕장을 뒤로 제치면 고개 넘어 기장읍이 나왔다.

기장읍에서 계속 직진을 받으면 울산쪽으로 갔고 우측으로 핸들을 꺽으면 죽성으로 가는 소롯 길이 나왔다.

죽성으로 가는 길은 몹씨 호젓해서 데이트 코스로는 그저그만이었다.

산길을 따라 얼마큼 더 가면 좌측에 신앙촌 단지가 나왔는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당시만 해도 박 태선씨가 살아있을 때여서 그런지 외국에서 손님이 많이 오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만든게  외국인 손님들을 위하여 특별히 조립식 별장을 만들었는데 그 안엔 집회실과 호텔 버금가는 숙소와 응접실등이 있었다.

별장을 조립식으로 지은 이유는 아무래도 2층 대형 집회소 스라브 위에다 짓다보니 하중이 문제였던 것 같았다.

그래서 하중을 최대한 줄이기 위하여 경량 판넬 조립식 공법을 택한 모양인데

암튼 관리책임자의 안내를 받아 현장에 갔더니 이미 왠만한 것은 자체적으로 다 해결하고 메인홀만 (그들말로는 대리석홀이라고 불렀다) 달랑 남겨둔 상태였다.

메인홀은 박 태선씨 집과 바로 이웃하였는데

박 태선씨는 그 위에다 나무울을 치고 작은 대나무를 심은 다음 연못 같은 걸 만들어 두었는데

물이 참 정갈해 보였다.(어떤 사람은 그걸 생명수라고 했다)

암튼 대리석 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은 다음

디자인을 한 뒤에 거의 한달여 간을 기장읍에서 먹고자면서 작업을 진두지휘했는데

완공이 거의 끝날즈음에 난데없이 창문을 바꾸어 달라고 하였다.

겉 창은 원래 건축에서 했기 때문에 내 소관이 아니었지만

안 창만은 인테리어를 하면서 스테인드 그라쓰를 넣었는데 그게 맘에 걸린 모양이었다.

사실 홀 전체가 백색이어서 약간의 변화도 줄겸 멋도 부리려고 했는데

정작 주인은 올 화이트가 더 편한지 그렇게 바꾸어 달라고 했다.

해서 다시 백색창틀에 민유리로 교체를 해주었는데

대리석 홀은 주로 귀한 손님들이 올때나 특별한 행사때 연주회장으로 쓰는 모양이었다.

그 곳엔 당시만해도 그리 흔하지 않은 그랜드 피아노를 놓을 예정이라고 하였다.

공사를 하는 틈틈이 2층을 오르내리다보니

어디선가 휫바람 소리가 들려서 먼발치서 쳐다보았더니

박 태선씨가 누군가에게 안수 기도를 하는것 같았다.

보아하니 상당히 덩치도 크고 퍽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는 흰 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 후에도 간혹 휫바람 소리 같은게 들려서 

휫바람을 왜 부느냐고 담당자에게 물었더니 성령을 부르는 소리인가 기를 부르는 소리인가

뭐 그런 것 비슷한 것이라고 가르쳐주었다.

암튼 공사를 다 끝내고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그 후 평가가 무척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날 오후

 박 태선씨 집을 드나들면서 아이를 가르쳤던 젊은 여자 피아니스트를

후배 아뜨리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무슨 얘기 끝에 대리석 홀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그 인테리어를 내가 디자인을 해서 맡아 해주었다고 했더니

세상이 참 좁다는 뜻인지 너무 놀라는 눈치였다.

하기사 생긴 외모를 보아서는 그렇게 안 느껴졌겠지만

그나마 박 태선씨가 대리석홀을 보여주면서 참 잘되었다고 칭찬을 했다고 하였다.

한데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은 기분이 좀 그랬다.

종교적인 편견때문인지 아무튼 일을 하고 난 뒤에도 이게 잘한 짓인지 못한 짓 헷갈렸다.

아무튼 어떤 계기로 어느 젊은 여인이 부산에 올일이 있다하여

몇곳을 안내를 해주었더니 그 쪽하고 깊은 관련이 있는지 메인 홀을 잘 안다고 하였다.

아마도 당시 간부급 자녀이거나 친인척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기들은 그 곳을 대리석 홀이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 여자는 얼마후 미국으로 간 모양이었다.

인터넷 상으로는 종종 소식만 접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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