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photo essay

겨울 /겨울 산 /겨울 여자

커피앤레인 2009. 10. 25. 12:56

 

 유선경 작 / 겨울산

 

39986

겨울/겨울 산/겨울 여자 

 

 

 

 

겨울은 시리다는 느낌부터 먼저 다가왔다.

해서 방문을 열기가 무섭게

 찬바람이 한순간 방안의 온기를 냉큼 앗아갔지만

그래도 겨울은 진눈깨비가 있어서 좋았다.

우중충한 날씬 진눈깨비 내리기에 딱 안성마춤인 모양인지

이 넘은 나보다 훨씬 더 앞서

저 허허벌판을 달려가며 춤을 췄다.

오늘따라 무슨 내림굿이라도 하려는걸까?

하긴 이생에서 못다푼 한을 하늘인들 어쩌지는 못하리라

그나마 사랑이라도 해본 자는 덜 외롭겠지......

 

 

겨울산을 오르는 자는 산등성이를 오르며

양켠에 펼쳐진 전혀 다른 얼굴에 무감각해진지

너무 오래되었나보다.

그들은 애써 응달진 곳을 외면했다. 

오로지 눈앞에 펼치진  정상만 산이라 믿는지

지팡이를 곧장 고추세우고 또 가픈 숨을 내몰아 쉬었다.

하지만  이때쯤이면 삿뽀르엔 눈이 올게 뻔했다.

삿뽀르의 눈은 유달시리 억척스러운데가 있었다.

밤새 내리고도 또 내렸다.

오겡끼 데스까 (안녕하세요)

하이 겡끼데스(네 안녕합니다)/ 교와 사무이 데스네 (오늘은 춥군요)

혼또다여 (정말 그렇네요)

니홍고(일본말)와 강고꾸고( 한국말)가 엉키면서

료낀(일본여관)의 아침은

그 어느때보다 더 맑고 더 깨끗했다.

고찌소 사마 데시따

 

 

여잔 올만에 메시지를 남겼다.

그새 무슨 바쁜일이 많았나보다,

(하긴 이쁜여잔 늘 바쁘겠지........................)

해서 이 겨울이 더 아름다운걸까.

여잔 센스가  남달랐다.

그래서 그런지 옷을 잘 입었다.

나는 그런 여자를 무척 좋아했다.

마치 이른 새벽에 일어나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 처럼

여잔 늘 사람을 여유롭게 했다.

전혀 천박하지 않으면서 전혀 까탈스럽지도 않았다.

하지만 겨울만큼 붉은 색이 썩 잘 어울리는 계절도 없었다.

긴 바바리 코트속에 감추어진 블랙슈트위로 살짝 내비친  

레드스카프는 여자만큼이나 사람의 마음을 끌었다.

해서 겨울이 오면

 사람들은  또 외로운 방황을 서두르는지

겨울 일요일 아침은 늘 한산했다.

해서 이겨울만이라도

눈이 한바탕 펑펑 쏱아졌으면 좋겠구만 .............

눈이 오기엔 너무 이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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