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지영作
2009/11/20
손님
일군의 시인들이 모여있었다.
오늘은 서 규정 시인의 생일겸 회갑이라며
축하연을 연 모양인데 공교롭게도
동아대학교 조해훈 실장의 출판기념회도
같은 장소에서 열리다보니 판이 제법 거나했다.
강나루에 들어서니
전반부는 이미 끝이 났는지
사람들의 얼굴이 제법 붉으스레했다.
한데 시인들은 머리로만 살아서 그런지
노는 스타일이 영 조용조용했다.
해서 만만한게 정교수라고 옆구리를 쿡 찔러
정교수 노래 한자리 해보슈 했더니
이 넘이 오기 전에 벌써 두곡이나 했단다.
그래도 난 안들었으니까 ,,,,,,,,,,,,,,,,,,,,,
다시 한곡 하라고 억지로 떠밀었더니
산골짝 등불인가 하는 노래를 원어로 아주 유창하게 불렀다.
판은 식으면 재미가 없는법
해서 아따마 이왕 판은 벌어졌으니께
오늘 서 규정 시인 생일겸 회갑연이라니 축하도 할겸
이 넘도 한곡 부를라요 했더니
좌중이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원래 풍류엔 새로운 분냄새를 맡아야 신명이 나는법인디...............
해서 면면을 살펴봤더니 아이고 오데서들 이리 많이 왔는지
낯선 미인들이 여기저기 제법 끼어있었다.
요럴땐 몬 노래를 해야하지 .............................. 하고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여기저기서
숨어우는 바람소리 숨어우는 바람소리 ........................부르라며
성화가 빗발치듯했다.
해서 눈을 지긋이 감고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해사면서
날버리고 간 고년을 생각하며
가심의 응어리를 털어내듯이 그렇게 열창을 했더니
담부턴 판 베린다고 노랠 부르지 말라고 했다.
아이고 이게 칭찬이가 욕이가
( 잘 불러도 탈인가베 )
암튼 그때부터 젓가락 장단이 나오고
춤이 나오고 와이담이 쏱아졌는데
역시 잔치집은 씨끌벅적해야 제맛이라며
어리벙씨를 그린 만화가 안기태 형이 말했다.
손님
詩/ 서 규정
키가 한 뼘도 안 되는 팬지꽃에게도 손님이 있다
먼 들녘을 훑고 오는 천혜의 햇빛과 바람만 아니라
막 떠나간 기차역마냥 고요를 채워줄
잔잔한 손님
부전나비다
끼리를 알아본다는 것처럼 아픈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나풀나풀 같이 보듬고 춤춘다
부빈다는 건 숨이 숨을 부른다는 것
한 생을 기다린 님이 눈 앞에 환하게 서려 있듯
스민지도 모르게 스민 슬픔
팬지꽃에겐 기다림의 속도로 새겨진 나비문양이 있다
한없이 가볍다는 건, 지독한 사랑이 기차처럼 울고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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