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손님

커피앤레인 2009. 11. 20. 12:36

 

 추 지영作

 

40009

2009/11/20

손님

 

 

 

 

 

 

 

일군의 시인들이 모여있었다.

오늘은 서 규정 시인의 생일겸 회갑이라며

축하연을 연 모양인데 공교롭게도

동아대학교 조해훈 실장의 출판기념회도

같은 장소에서 열리다보니 판이 제법 거나했다.

 

 

강나루에 들어서니

전반부는 이미 끝이 났는지

사람들의 얼굴이 제법 붉으스레했다.

한데 시인들은 머리로만 살아서 그런지

노는 스타일이 영 조용조용했다.

해서 만만한게 정교수라고 옆구리를 쿡 찔러

정교수 노래 한자리 해보슈 했더니

이 넘이 오기 전에 벌써 두곡이나 했단다.

 

 

그래도 난 안들었으니까 ,,,,,,,,,,,,,,,,,,,,,

다시 한곡 하라고 억지로 떠밀었더니

산골짝 등불인가 하는 노래를 원어로 아주 유창하게 불렀다.

판은 식으면 재미가 없는법

해서 아따마 이왕 판은 벌어졌으니께

오늘 서 규정 시인 생일겸 회갑연이라니 축하도 할겸

이 넘도 한곡 부를라요 했더니

좌중이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원래 풍류엔 새로운 분냄새를 맡아야 신명이 나는법인디...............

해서 면면을 살펴봤더니 아이고 오데서들 이리 많이 왔는지

낯선 미인들이 여기저기 제법 끼어있었다.

 

 

 

요럴땐 몬 노래를 해야하지 .............................. 하고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여기저기서

숨어우는 바람소리 숨어우는 바람소리 ........................부르라며

성화가 빗발치듯했다.

 

 

 

해서 눈을 지긋이 감고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 통나무집 창가에 ..................해사면서

날버리고 간 고년을 생각하며

가심의 응어리를 털어내듯이 그렇게 열창을 했더니

담부턴 판 베린다고 노랠 부르지 말라고 했다.

아이고 이게 칭찬이가 욕이가

( 잘 불러도 탈인가베 )

 

 

암튼 그때부터 젓가락 장단이 나오고

춤이 나오고 와이담이 쏱아졌는데

역시 잔치집은 씨끌벅적해야 제맛이라며

어리벙씨를 그린 만화가 안기태 형이 말했다.

 

 

 

손님

 

                                             詩/ 서 규정

 

 

 

키가 한 뼘도 안 되는 팬지꽃에게도 손님이 있다

먼 들녘을 훑고 오는 천혜의 햇빛과 바람만 아니라

막 떠나간 기차역마냥 고요를 채워줄

잔잔한 손님

부전나비다

 

 

끼리를 알아본다는 것처럼 아픈 일이 또 어디 있을까

나풀나풀 같이 보듬고 춤춘다

부빈다는 건 숨이 숨을 부른다는 것

한 생을 기다린 님이 눈 앞에 환하게 서려 있듯

스민지도 모르게 스민 슬픔

팬지꽃에겐 기다림의 속도로 새겨진 나비문양이 있다

 

 

한없이 가볍다는 건, 지독한 사랑이 기차처럼 울고 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