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Black과 White야

커피앤레인 2011. 1. 6. 09:50

 

여류화가 / 유 선경作

 

40304

 

Black과 White야.............

 

 

 

 

 

새해들어 첫 지방 출장이었다.

밤엔 눈이 부실부실 내렸고 수영인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

저녁을 먹고 일부러 읍내를 한바퀴 빙 둘러봤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시골은 역시 단조롭기 짝이없었다.

 

 

낮엔 택시기사가 느닷없이 외국분이냐고 물었다.

/왜요?

/굉장히 젠틀하고 세련되어 보여서 외국인인줄 알았습니다

/그래요?

/남자인 내가 봐도 멋이 있는데 여자들이 참 좋아하겠어요

/아이고 ......................아닙니다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조금 특이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하긴 군청색 바바리 코트에 손으로 짠 붉은 긴목도리를 하고

모자를 쓴데다가  선글라쓰 까지 했으니 보통사람들 눈엔

조금은 신기하게 보였겠지.

하지만 이런 모습에 늘 익숙한 내겐 그게 더 이상했다.

 

 

간혹이지만

어떤 사람으로 부터 건축이나 실내디자인 의뢰를 받으면

나는 늘 내 자신을 위해서 멋을 부리곤 했다.

그건 순전히 멋을 위한 멋이 아니라

일을 위한 내 나름대로 새로운 노력의 일환인데

사람들은 그걸 잘 이해하지 못했다.

 

 

새벽 4시30분, 일찍 잠이 깼나보다.

바깥은 아직도 캄캄했다.

잠시 기도를 하고 서둘러 목욕탕을 향했다.

목욕탕 안은 너무 이른시각이라 그런지 불만 환할뿐 손님이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한동안 뜨거운 물, 찬물 속을 번갈아 들어갔다 나왔다 하다가

혼자 그 큰 목욕탕을 다 차지하고 있으니

밤새 잠 못 이루며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게 했던 디자인들이 

다시 머리 속을  가득매우기 시작했다.

해서 벽 1, 벽 2 ,벽 3 ,해사면서 이런 재질 저런 재질을 생각하다가

그래 Black과 White야.............................

천정은 이미 Wood로 가득하니 벽은 White를 주색으로 하고

보조 색으로 카운터 쪽만 Black을 때리면 벽난로와 함께

멋진 앙상블을 이루겠네.....................................하곤

서둘러 목욕탕을 빠져 나왔는데

그새 해가 떴는지 먼산에 눈이 가득했다.

 

 

 

 

 

 

 

 

 

 

 

'아침에 쓰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푸는게 행복이여  (0) 2011.01.08
정이 오데가나   (0) 2011.01.07
내 아들아 지혜를 구하라  (0) 2011.01.05
언젠가 기쁜 날이 올줄 알았지  (0) 2010.12.31
눈 내리는 밤   (0) 2010.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