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어느날 부터인가 종이 편지가 사라지고
전자편지가 더 익숙했지만 미찌고와 나는
언제나 종이편지를 주고 받았다.
물론 일본어로 주고 받았지만
그렇다고 일본어가 전혀 능숙한 건 아니었다.
저쪽에서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니 차라리
일본말로 하는게 더 낫겠다 한 것 뿐인데
그 서툰 실력이나마 난 언제나 일본어로 이쪽 사정을 알리고
저쪽 이야기를 경청했다.
물론 오늘도 나는 우체국에서 한통의 편지를 보냈다.
/어디로 보내는 편지입니까?
/일본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냥 보통우편으로 보내줘요
/550원입니다
편지지는 달랑 두장에 불과했지만
그 두장을 쓸려고 하룻밤 몇시간을
나는 언제나 끙끙 앓아야했다.
한결같이 오겡기데스까/건강하세요 ? 하고 인사말만
계속하여 늘어 놓을 수 없으니까
봄이 왔니. 싸쿠라가 만개했니. ..........................
언제 부산에 도착하죠 ? 해사면서
온갖 소리를 다했지만 정작
지진과 원자력 방사능 때문에 얼마나 고생이 많아요..............? 하는 말은
입밖에도 내지 못했다.
그만큼 까지는 아직 실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해서
나의 편지는 언제나 미완성처럼 남았지만
마지막은 항상 아이시떼루 대신 한국말로 사랑해요................하고
끝을 맺었는데
어쩌면 사랑보다는 정(情)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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