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왠 복?

커피앤레인 2011. 9. 2. 16:54

 

그림/ 오 세효作

 

40437

왠 복?

 

 

 

중국사람들은 복 복자 /福를 종종 꺼구로 붙여놓았다.

그래야 복이 어디로 달아나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온다나 우짠다나...............

울 어무이는 종종 부엌에 쪼그리고 앉아 아들 딸 잘되라고

복을 빌었는데

그래서 그런걸까?

사람들은 이 넘더러 복이 많은 남자라고 했다.

하기사 안 아프고 건강하고 이 나이 되도록 별 욕 안 얻어먹고

가는 곳마다 공짜 술 사주는 사람이 처처에 산재하고

언 넘처럼 빨리 뒈져라 하고 저주하며 헤어진 뇨자도 없으니 

그만하면 조그마한 복 정도는 타고 나온게 틀림없나보다.

 

한데 

이 집 저집 돌아다니면서 전기선도 봐주고 

페인트 색갈도 봐주고 

방수도 해주니 요즘은 보는 사람들마다 

진짜 좋은 사람이다 해사면서 저거가 더 선전을 해주니 

아침마다 이 사람 저 사람 인사 받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여전히  꽃도 잘 가꾸고 동네 청소도 열심히 하고 

좋은 화초가 생기면 아낌없이 이집 저집 선물도 하고

언제부터인가 버려진 고양이 세 모녀까지 챙겨 먹이니

왠 중년 여인 두 사람이 지나가다가 

아자씨 ! 진짜 복 받을껍니다.하고 인사를 건넸다.

 

 

원래 이 넘은 개를 좋아했지 고양이는 별로 좋아하지도 

친근하지도 않았다.

한데 우짜다가 

저 넘들도 참 불쌍한 군상이구나 ........................하고 

아침 저녁으로 거둔게 벌써 몇 달이 되었는데 

웃기는건   때만 되면 세 놈이 내 삼실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밥 주기만 한사코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세놈은 모두 암컷들이었는데

 

 

이미 젖이 축 쳐진 늙은 고양이는 애미 고양이었고 

애미 처럼 흰털이 많은 고양이는 상당한 미인인데

유별나게 노란 털이 많은 고양이는 서열도 가장 낮은데다가

생긴 것도 언니처럼 미인도 아니어서 그런지

늘 주눅이 든데다가 겁 또한 엄청 많았다.

해서,

밥을 줘도 늘 늦게 먹었는데  

이 녀석도 꼬래 암컷이라고 언제부터인가 정분이 났나보다.

제법 배가 볼록했다.

하여,

인간이나 짐승이나 그 짓 안하면 몬 재미로 살까 하고 

요즘들어 각별히 챙겼더니

초록은 동색일까?

 

 

늙수레한 중년 부인 두사람이

/새끼 배었나보네.

아저씨! 잘 거둬주이소. 복 받을껍니다 . 하고

마치 지 새끼 애 가진 것 이상으로

한동안 이리 쓰다듬고 저리 쓰다 듬었다.

 

해서 이 넘 왈,

/아이고. 복은 고사하고

이 넘들 한달 사료비가 내 쌀값보다 더 많네요.

더우기 애미도 한달전에 새끼를 낳았는데

이 넘까지 새끼를 낳으면 난 우짠다여 .......................

숫 넘 같으면 거세라도 하겠구먼

암 넘은 그것도 않되고 오데 이넘들 피임약 파는데 없을까요?물었더니

/고양이 피임약이 오데 있어요. 하며

이 아자씨 진짜 재미있는 사람이다.하며

인사를 꾸벅하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침에 쓰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결 같지 않은 추를 미워하다  (0) 2011.09.05
전어철이네   (0) 2011.09.03
이거 내 스탈이잖아  (0) 2011.09.01
차라리 나를 훔쳐가지   (0) 2011.08.31
나도 텔레비젼에 함 나와봐?  (0) 2011.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