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잠자리
연휴때문일까.
도심이 휑하다.
나는 이런 풍광이 더없이 좋다.
텅빈 거리를 거닐며 비로소 올만에 휴식의 즐거움을 만끽하는데
복희는 기어이 대상을 거머지었는지 문자를 날렸다.
박사님의 진심 잊지 못하겠습니다 하며.................
박사? 내가 씨익 웃었다.
개뿔도 아무것도 없는데 사람들은 곧잘 이 넘을 박사라고 불렀다.
박응석 시인도 우박사.....................하고 불렀고
부산광고의 김사장도 우박사님하고 불렀다.
한동안 김소장을 도와 관급공사에 매달렸더니
그것도 꽤나 재미 있었다,
한데 노가다도 그 나름대로 격이 다 다른지
토목공사가 제일 험했다.
하지만 이 넘이 서스럼없이 노가다와 함께 뒹굴며 논 탓일까
다들 재미있다며 박장대소했다.
하지만 요 몇주간은 내가 사랑하는 젊은 사진작가를 위하여
갤러리겸 문화를 품은 주점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것도 재래시장 안에 갤러리겸 문화공간을 만들려하니
주변시장상인들이 거것들 지금 뭐하노,,,,,,,,,,,,,,,,,,,,,,,하고
걱정 반 호기심 반 ......관심이 여간 대단하지 않았다.
그것도 그럴것이 층수는 3층이지만 규모는 1층이 불과 6평이고
2층이 3.5평 3층이 5평에 불과했다.
하지만 난 혼심의 힘을 다 기우렸다.
우중충한 시장바닥에 화사한 컬러를 입히기로 하고
2층과 3층은 겨자색 비슷한 노랑색으로 옷을 입혔고
1층은 진회색에 가까운 진보라로 치장을 했다.
그리고 1층 통창 프레임은 오렌지 색으로 화려함을 더하자
드디어 수정동시장 아지매들 눈에도 뭔가 들어오는가 보다.
/와!예쁘다
/우리동네도 이런게 다 생길수 있네 ..........................하고
처음과 달리 반색을 하며 좋아라 했다.
더구나 간판이 걸리면서 분위기가 일신하자 완전히 허가 찔린 기분인가보다.
시장통 사람들이 제다 나와 간판을 쳐다보며 진짜 이쁘다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고추잠자리라는 상호도 좋지만 글자체가 너무 마음에 와 닿았는지
/글은 누가 썼노 ?물었다.
사진작가인 신규가
/우리 선생님이 썼습니다.하고 대답하자
/이 선생님이 썼나?
마음도 착하더니만 글씨도 넘 잘쓰네.
사장통안엔 이쁜 아줌마도 많지만 왕년엔 내노라하며 여고시절에 제법 날린
여자도 많았다.
아무튼 나는 연휴라 어제부터 2-3일간 쉬기로 했다.
남은 것이라고는 마지막 치장만 남았기 때문에
오픈할 때 까지는 시간이 넉넉했다.
해서 오래간만에 긴 휴식을 만끽하고파 서울로 전화를 때렸더니
지 나름대로 스케쥴이 있나보다.
해서 서울로 갈까? 울산으로 갈까? 마산으로 갈까 하다가
서울은 접고 울산과 마산만 가기로 했다.
때 마침 복희가 일본 총영사관에서 주최하는 일본가요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하니
오늘밤은 아무래도 거기서 샴페인을 터뜨려야겠다.
복희를 위하여!
세계에서 가장 작지만 아름답고 예쁜 산복도로 갤러리겸
주점 고추잠자리를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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