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나라
언제부터인가 작업을 하고나면
디자인 컨샢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해설을 곁들었다.
주인의 취향에 따라 때론 외부 기둥에 붙이기도 했고
때론 리플렛에 선전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수정동 고추잠자리는 이제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사진작가이면서 이집 주인인 신규가 물었다.
/형, 이번 디자인 컨샢이 뭐야?
/산복도로와 어머니
/산복도로와 어머니?
그럼 그걸 글로 간단하게 써 줄수있어?
/뭐하게?
/리플렛에 형의 작품이라고 소개할려고
/그러지 뭐.
디자인 컨샢을 리플렛에 올릴 정도로 간략하게 설명하기가 그리 쉽지 않았다.
천하의 이야기 꾼이라는 헤로도토스로 부터 헤겔이 어떻고 로댕과 로망롤랑이 카페에서 우짜고 저짜고 ,,,,,,,,,,,,,,,,해사면서 한바탕 장광설을 널어 놓다보니
A4용지 거의 한바닥을 다 차지했다.
에잇 이걸 어떻게 다 씼노?
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절반으로 줄여 글을 넘겨주었더니 이것 읽는 사람 꽤 공부가 되겠네 하며 신규가 반색을 했다.
이제 마지막 페인트 작업도 끝났고
남은 것이라고는 바닥을 까는 것과 타일과 벽지와 조명만 겨우 남겨 두었는데
벌써 부터 구경꾼들이 몰려와 예쁘다며 호들갑부터 떨었다.
하지만 진짜 예쁜 건 이제부터인데 저 사람들은 나보다 더 안목이 높은걸까.
도대체 어떤 벽지가 벽을 장식하며 어떻게 생겨먹은 조명등이 천장에 설치될지 전혀 모르면서도 마냥 예쁘다니 ....................
하긴 누군 동화의 집 같다고도 했지 .
면적이라야 겨우 5.5평에 불과한 좁은 공간을 밤낮없이 근 두주간을 매달렸으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인테리어를 전혀 모르는
채소장사 아지매 눈에도 뭐가 달라도 확실히 다른건 틀림없나 보다.
하기사 그분들도 한때는 빼닥구두를 신고 명동이니 광복동이니 해사면서
싸돌아다니며 멋을 부렸을 텐데.
애고! 세월이 왠쑤네 세월이 왠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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