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낮술에 취했나보다

커피앤레인 2012. 6. 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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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에 취했나보다

 

 

 

 

가을이 올려면 아직은 한참 멀었는데

벌써 코스모스가 피었다.

이 넘들도 나만큼 성미가 급한가보다.

하긴 남 따라 하는 건 시시한 거지.

해서 저들도 사람의 허를 찔렀나본데

봉선화는 제법 허리가 굵어졌다.

저 넘들은 또 어떤 색갈을 뽑내며 사람들의 밤잠을 설치게 할까.

 

 

MBC에서 잔뼈가 굵은 영수가 전화를 했다.

/형, 오데요?

/오데긴 오데라 ....삼실이지

/형 뭐 좋아해요?

/와?

/점심이나 대접할려고요

/점심? 그냥 여기서 먹을게

/그러지 말고 나하고 올만에 점심 한그릇합시다.

/그래?

아우가 점심을 사는건 참 오랜만이었다.

/뭐 좋아하는지 말해보세요.

/난 다 좋아한다.

/그럼 PIFF광장에서 만납시다. 오늘점심은 제가 모실게요.

 

 

/형! 여기 꽤 유명한 곳인데 신혼 때 부터 자주 온 곳입니다.

혹시 아세요?

/난 처음인데

하긴 난 복국을 그리 즐겨 먹진 않았다.

아우는 앉자말자 이모한테 소화제부터 달라고 했다.

/뭘로 드릴까요?

C1 ? 아니면 좋은데이?

/좋은데이

낮부터 쇠주 한잔을 걸치니 말이 그냥 술술 나왔다.

산복도로가 어떻고 부산 고등학교가 어떻고 천마산이 어떻고 해사면서

몇가지 아이디어를 쏱아뱉었더니 언론계 출신이라 그런지 역시 머리회전이

빠르다.

/형! 나 낼 허시장 만나는데 형의 아이디어 얘기해볼게요.

진짜 좋네.

그나저나 형한테 너무 작은 것 부탁해서 되는지 모르겠네 .

/야! 작고 큰게 몬 문제고

사자는 토끼 한마리 잡는데도 최선을 다한다는데

알았다.내가 예쁜 화장실 하나 만들어줄게

/고마워요 .형!

 

둘은 어느새 죽이 맞았나보다.

자갈치로 자리를 옮겨 기어이 한잔 더 하였더니

바닷바람에 취한건지 술에 취한건지

입에서 저절로 노래가 나왔다.

영수는 이 넘을 에술가라고 추켜세웠는데

에술가인지?예술가인지 그게 헷갈렸다.

 

피곤도 하고 술도 좀 깰겸해서  삼실에서 잠시 한잠을 자고 났더니 벌써 저녁이었나보다.

진희한테서 전화가 왔다.

/언제 시간나세요?

/왜?

/저번에 말씀 드렸잖아요.

아파트 리모델링하고 싶다고

/그래? 언제 할건데......

/6월중에 시작했으면 하고요

/그럼 실측부터 해야하는데

/다음주에 시간 좀 내어줄래요?

/좋지. 돈 들어온다는데 ....가야지

/잘 부탁합니다.

 

고추잠자리 오픈을 성공리에 끝내고 나니 일복이 터졌나보다.

역시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하더니

돈이 좋긴 좋은가보다.

입이 저절로 싱글벙글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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