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주 문학관과 북천 코스모스 축제
어느 날부터인가 주말이면 나는 의례껏 가방을 손에 들거나
카메라 한대만 달랑 울러 맨 채 다른 도시를 또 배회했다.
주중 내내 내가 사는 도시에서 시달리다가
일단 그 도시를 떠난다는게 난 너무 행복했고
또 낯선 도시나 시골에서 낯모르는 사람을 만나 술한잔을 놓고
인생이 어떻니 예술이 어떻니 해사면서 씨알도 안먹히는 얘기를 주고 받는
것도 여행중 느끼는 즐거움 중 가장 큰 즐거움이었지만
행여 음주가무판이 벌어져 노래라도 한가락 할 수 있다면
이건 완전 내 세상이었다.
물론 내가 잘 부르는 노래는 관객의 수준에 따라 다 달랐지만
울어라 열풍아/ 향수/숨어우는 바람소리/ 죤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 같은 곡들이었는데
노래라는건 청중의 취향과 분위기에 따라 불러야 제 맛이지
지 잘낫다고 혼자 열창해봐야 그건 소귀에 경읽기였다.
해서,
지난주도 마산엘 갔는데
마산 성미 예술촌은 마산에서 예술깨나 하는 사람이면 다 아는 집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그 집 단골손님중 한사람이었는데
난 주로 주말이면 마산에서 밤을 보내고
그 다음날은 가까운 시골 길을 헤메고 돌아다녔는데
어제따라 성미 예술촌은 초저녁부터 사람들로 가득했다.
새누리당 전대표였던 안상수 전의원도 모처럼 마산에 들렸는지
이 넘을 보자마자 예술가 같다며 손을 내밀었는데
내가 명함을 건네자 예술가 명함답다며 THE HOUSE라는
상호를 사람들이 잘 아느냐고 물었다.
해서 이 넘왈,
/알긴,뭘..내 혼자 잘안다.......................고 대답을 했더니
그 말이 꽤나 웃겼는지 우린 맥주를 주고 받으며 자주 연락하자며
몇잔을 더 주고 받은 뒤 자리를 옮겼는데
뒤이어 노래판이 벌어지면서 나도 덩달아 노래 한 곡을 불렀더니
어! 이 인간 보기하고 영 다르네 하였는지 여기저기서 앵콜 숫콜했다.
(하기사 부산서도 한가닥한다고 야단인데 마산인들 별개있으랴...........)
암튼 새벽2시까지 놀다가
다음 날 아침 일찍 진주성에 들렸다가 마침 코스모스 축제가 열린다는
하동 북천면을 향하는 기차를 탔는데
하동 북천간이역은 물론이거니와 북천역을 중심으로 반경 5리 정도는
그야말로 코스모스 천지였다.
해서 그런지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지만 철로를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코스모스 꽃밭은 내가 본 꽃밭 중에 제일 아름다운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중에도 가장 아름다운 곳은 이병주 문학관이 버티고 있는 호젓한 산길이었는데 난 그 길에 매료되어 하마트면 마지막 기차를 놓칠뻔 했는데
아쉬운 것은 하동군 공무원이나 북천면 사무소 사람들의 무신경에 새삼
존경(?) 아닌 존경이 느껴졌다.
한국의 대표적 소설가인 이병주 문학관이 바로 코 앞인데
왠 돼지 똥냄새가 그리도 많이 나는지.......................
그 사람들은 이 똥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나보다,
물론 이 넘이야 , 잠시 왔다 지나가는 길손에 불과하지만
나와 같이 아름다운 북천면 코스모스 꽃길을 감상하려고
일년을 벼루다 먼길을 애써 찾아온 그 수많은 사람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하며 돌아갔을까..........................
해서, 우린 여전히 도시적인 아름다움과 시골틱한 무신경이 어우러진
축제를 또 즐겨야하나보다.
하기사 어디를 가나 싸구려 노래자랑대회가 제일 인기있더라만...................
좀 더 수준 높은 그런 축제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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