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10주년 기념 작은 음악회
정소장은 기어이 노포동 시외버스 터미날 까지 차를 태워주었다.
요근래는 왠만하면 주말에는 시외버스를 타고 자주 여행을 떠났는데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혼자서 몬 재미로 그렇게 싸다니노? 하지만
몰라서 그렇지 여행은 혼자 다니는게 제일 재미있었다.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고 그냥 이 넘 스타일대로
호젓하면 호젓한대로 씨끌벅적하면 씨끌벅적한대로
어울려 도시를 벗어난 이 넘만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이곳 저곳 기웃기웃하는 것도 이젠 꽤나 이력이 난 터라..................
나는 좀처럼 혼자라는 외로움을 몰랐다.
오늘은 모처럼 울산 태화강변에 있는 각시탈을 가기로 했는데
그렇잖아도 각시탈 10주년 기념일이라고 주말에 꼭 오실거죠하고
전화를 했는데 각시탈은 그동안 어떻게 변했을까.
백선생은 여전히 작은 드럼을 두드리고 있을테고
앵두같이 볼이 예쁜 그의 아내 미숙씨도 여전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을테지.
두사람은 천생연분이라 그런걸까? 암튼 둘다 노래를 잘도 했다.
해서 울산에서 태화강변 부부 라이브 카페 각시탈을 모르면
타지서 방금 도착한 사람이거나 아니면 울산 촌여자 촌남자임에 틀림없었다.
각시탈 10주년 기념 작은 음악회는 태화강변 철탑아래서
라이브로 펼쳐졌는데
원래 음악회는 뒷풀이가 더 즐겁고 흥겨웠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저녁노을을 즐기면서 모처럼 강가에서 라이브를 즐긴 매니아들은 모든 행사가 끝나자
못내 어쩌지 못한 진한 아쉬움 때문인지 모두들
각시탈로 몰려가
술내라. 밥내라. 떡 도오...............해사면서
너도나도 하나가 되어 또다른 음악회를 펼쳤다.
한데 가장 즐거운 것은 오늘만은 술도 안주도 다 공짜란다.
이런 횡재가...........
그 덕에
이 넘도 한곡 알싸하게 불렀지만 ......
암튼 이런 날은 미인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 화기애애한 법이었다.
해서 한바퀴 빙 둘러보니
여기도 미인이고 저기도 미인이었는데
12시가 지나자 축하객은 이미 다 떠났지만 끝까지 자리를 고수한 20여명은 그야말로 각시탈 매니아 중에 매니아이던가 미인들중 미인이었다.
물론 여자들은 대부분 자기 사업을 하는 평범한 가정주부들이었지만
남자들은 거의가 예술계통에 밥을 먹는 사람들이다보니
노는 스타일도 그렇고 담소를 나누며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분위기도 다른 곳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그런 풍광이 자주 벌어졌는데
역시 사람은 꽃보다 더 아름다운가보다.
하긴 사람들마다 다들 돈에 찌달리다보니 사는게 몬지?
즐거움이 몬지? 그것도 모른채 그렇게 그렇게 돈만 긁어모우다
결국은 나이들고 병들고 죽었지만
그나마 내 생애에 이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신유 말마따나 사는게 뭐 별거있더냐? 욕 안먹고 살면 되는건데
10월의 마지막 밤엔
마산 성미 예술촌에서 경남가요합창단 단원들과
어울려 저물어가는 가을을 슬퍼하자며 이동근 지휘자와 또 약속을 했는데
그나저나 코아 양과점 조실장은 잘 있으려나...................
가을밤 태화강이 아름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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