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유 선경作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
아들이 결혼을 한다고 했다.
그래?
그럼 누굴 초대하지?
진작부터 생각한 것이지만 결혼식은 가급적이면
가족중심으로 야외에서 간소화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아들은 조금은 화려한 결혼식을 원하나보다.
해서, 자기들딴엔 이것저것 배려한답시고
조그마한 호텔예식장을 예약했다는데
신부가 부산에 살다보니 부산에 있는 호텔은
서울처럼 그리 호화롭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았다.
난 가족 외에 축하객은 단 10명만 초대하기로 했다.
사실은 그것도 5명으로 줄이고 싶었지만 두고두고 원망을 안들을려면
최소한 10명에겐 내 아들이 장가를 갑니다하고 청첩장을 돌려야했다.
한데 여기저기서 난 왜 초청안하노? 하고
사람을 납짝하게 보나?하고 욕인지 불평인지 알듯말듯한 말을 마구 쏱아내었다.
하지만 난 이것도 넘 과분했다.
내가 초청한 분들은 서울이나 부산이나 마산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만한 사람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분들 한사람 한사람이 내겐 가족이상으로 오랜세월 동안 사랑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얼굴을 한순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뿐인데 ..................................그게 또 아닌가보다.
한데 몇몇분들에게 청첩장을 보내었더니 모두들 자기아들 장가가듯이 너무 너무 기뻐했다.
물론 영화감독도 그렇고 시인도 그렇고 대학원장도 그 나름대로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굳이 사소한 일에 그렇게 신경을 쓸 사람들이 아닌데도 내 아들이 장가간다니 열일이 있어도 참석하겠다고 하니 폐백이 끝나면 올만에 같이 술이나 한잔 거나하게 해야겠다..
더욱이 감사한 것은 친인척 결혼식이 같은 날인데도 일본가요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복희가 심혜진 이모와 같이 오겠다며 내 자리 마련해두라...............하고 느스레를 떨었다.
마음 같아서는 많은 분들을 초대하고 싶었지만 사회분위기도 그렇고 피로연 자리도 제한되어 있어 딱 열분만 초대했는데 사진작가인 후배 두놈이 어떻게 알았는지 내 아들 장가가는 건 기어이 사진을 찍어야한다며 떼를 쓰는 바람에 부랴부랴 두자리를 급히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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